바바라 월터스(Barbara Walters).

`인터뷰의 여왕`이었던 그를 전 세계 여성 언론인이라면 한 번씩 롤모델로 삼아보지 않았을까. 1929년생. 50년 넘게 한 길에서 열정적으로 매진했고 팔순을 넘겨서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다가 작년에야 은퇴했다. (자세한 이력은 여기에서)

`인터뷰의 여왕` 바바라 월터스.(출처=ABC)

팔순? 우리나라에선 얼굴이 보여지는 TV의 경우 딱 반으로 잘라 마흔 이상의 여성 진행자를 보기도 어렵다.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은 고사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조차 메인 진행자가 여성인 경우 찾기 어렵다. (있으면 알려주시길)  방송에 나오는 여성들은 대개 주변인들로 역할한다. 무엇보다 꾸준히 시켜주지 않는다. 왜? 여성들 나이는 거꾸로 가치있어지니까. 남성들의 시각에서 말이다. 아예 여성이 나오지 않기도 한다. 인기 프로그램 `삼시 세끼`도 남성들의 살림에 여성 게스트들이 이따금 찾아가 도움을 주는 얘기가 많고, `비정상회담`에 나오는 각국 대표들, 그리고 진행자까지 모두 남성 일색이다.

한때 MBC ‘무한도전’이 여성이란 아이템으로 비난을 몇 차례 받은 적이 있다. 한 출연자의 여성 이상형에 대한 얘기가 너무 `외모 중심`으로만 흘렀을 때, 그리고 여성 비하 발언을 한 사람을 여섯 번째 멤버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서였다.

그러는 와중에 여섯 번째 멤버로 여성을 택하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없지는 않았지만 소수였고, 곧 사라졌다. 홍진경 등은 충분히 여섯 번째 멤버로서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제작진의 머릿 속에 들어가 있지 않은 한 왜 제외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여성 진행자는 휘어잡는 힘이 없다”고들 한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 장악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과연 계량적으로 분석된 결론일까. 논리는 맞는 것일까.

여성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연륜이나 전문성,  그런 게 아닌 듯 싶을 때가 너무 많다.

 ‘시네 페미니즘(cine-feminism)’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영화학자 로라 멀비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여성을 남성의 응시대상으로 만드는 관습화된 `남성적 시선(maze gaze)`이 존재한다고 했다. 방송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지난 주말  한 식당에 켜져 있던 TV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평소에 안 보던 프로그램이었지만 인터넷에서 자주 회자되던 프로그램이었기에 잠시나마 유심히 봤다.

원래는 남성 연예인들이 실제 군대에서 병영 훈련을 체험하는 내용이 큰 줄기인 프로그램. 남성 출연자가 생각지 못한 유약함을 갖고 있다든지, 혹은 알고보니 매우 용맹하다든지 하는 연예인 개인의 캐릭터를 확인하기도 하고, 병영 생활이란 것이 쉽지 않다보니 만들어지는 동지애라든지 이런 걸 보고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다.

이날 본 것은 ‘여군 특집’이었다. 사람들이 낄낄대는 것이 매우 불편했다.

여성들이 군대에서 훈련을 받아봤을리 만무. 기초 체력도 안 되니 빌빌댈 수 밖에 없고 그걸 보고 사람들은 웃는다는 게 참 가학(加虐)적이라 생각되었다.

아마 여기서 누군가 조금이라도 가상의 군 생활에 잘 적응하거나 힘든 일도 척척 해낸다면 TV 화면에는 ‘여전사’란 무지막지한 수식의 자막이 떴을 것이며, 인터넷을 통해 확대 재생산, 그리고 남용될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심지어 이 ‘여군’들이 훈련소에서 잰 몸무게가 공개됐다는 사실도  폭력적이지 않은가.

마침 그날 주말판으로 나온 한겨레 신문 칼럼을 하나 읽었다.  케이블 채널 O tvN에서 시작한 `어쩌다 어른`이란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였다. 40대 어른들의 이야기라 했다.

젊지 않으면 시청자도 아닌가 싶을 정도로 타깃 시청자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시대에 어른들을 타깃으로 한다니 반가운 일. 그런데 등장하는 4명의 어른은 모두 중년의 남성들이다. 게스트는 또 모두 여성. 그 중 한 여성이 나이 많은 남성 출연자에게 “오빠!”라고 하니 웃음꽃이 핀다. 칼럼니스트는 “이 프로그램에서 여성 출연자의 역할과 대한민국 남자 어른의 세계에서 여성의 역할이 무엇인지 투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했다.

`어쩌다 어른`의 한 장면

같은 생각을 했다. 직장에서 시달리고 가정에서도 기를 못 펴는 남성들은 위로받아야 하고 그것은 여성들의 `애교`나 `웃음` 따위로 가능한 것인가. 웃음을 파는 일이 여성 방송인이 해야할 일인가.  그렇다면 직장과 가정에서 모두 힘든 일하는 여성들도 그렇게 위로해 달라.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 경륜있는 여성 진행자와 남성 보조 진행자의 구도도 만들어 달라. 공평하게.

mushroom About mushroom
균류(菌類)인 버섯은 생물계에서 분해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인간에게 유용한 먹을거리. 식용보다 비(非)식용의 외모가 멋진, 약간은 요사스러운 존재다. 스머프나 후토스(Hutos) 등에선 집의 재료, 슈퍼마리오 게임에선 먹으면 활력이 나는 아이템. 미디어와 저널리즘에 있어서도 유용하지만 긴장감도 유발하는 요사스러움을 갖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