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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꼬인 넷플릭스

. 공식 진출 선언

넷플릭스는 9월 9일 한국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트위터 계정을 통해서 2016년 초에 한국, 싱가포르, 홍콩, 타이완에 넷플릭스 서비스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내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견본시(BCWW) 기조연설에서 넷플릭스의 글로벌 총괄 책임자인 그레고리 피터스(Greg Peters)는 한국 진출 계획을 공식 선언했다. 여기서 그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해외 시장에 유통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http://www.newsquare.kr/issues/1035

http://www.newsquare.kr/issues/1035

그러나 진출을 확정지었을 뿐,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누구와 손을 잡는지에 대한 언급도 없고,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도 말하지 않았다. 진출만 확정지었을 뿐, 구체적인 플랜은 아직 미궁이다. 일단 언론은 즐거웠다. 온갖 기사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하면 어떤 모습일지에서부터 국내 미디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쏟아내었다.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소문과 소문이 연결된 글들뿐이었다.

. 시장 진입 시나리오 판단의 축

넷플릭스의 시장 진입을 판단하는 두 축은 ① 해당 국가 유료방송시장의 경쟁지형과 ② 초속인터넷망(Broadband)의 보급 현황이다. 유료 방송시장이 허약한 대신에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가 60% 가까이 되는 일본 시장, 디즈니 등 특정 캐릭터에 대한 덕후가 넘쳐나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디즈니 MVNO 서비스가 가능한 일본 시장, 유선망보다는 모바일 망을 통한 인터넷 접속 비율이 더 증가하고 있는 일본.

<일본의 모바일 인터넷 접속 이용자 추이>

 

http://www.statista.com/statistics/239086/forecast-of-mobile-internet-users-in-japan/

http://www.statista.com/statistics/239086/forecast-of-mobile-internet-users-in-japan/

이를 종합해 보면 넷플릭스가 이동통신사업자인 소프트뱅크와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 이해가 된다. 더구나, 손정의는 중국 OTT서비스의 선두주자인 알리바바 최대 주주다. 상황에 따라서는 넷플릭스가 콘텐츠 제공 사업자의 지위로 알리바바가 그리는 OTT 서비스에 진입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가격도 전세계 유통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일본 넷플릭스가격

 

 

일본 진출 방식과 넷플릭스의 해외 진출 방식을 살펴보면 국내에서도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작 흥미로운 건 다른 맥락이다. 언론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하는 국내 유료 방송사업자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다. 프랑스나 독일에 넷플릭스가 진입했을 때는, 진출 소문이 날 때부터 시장이 들썩 거렸다. Canal+는 Canaplay를 통해서 8유로에 무제한 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시장에 대한 방어책으로 House of Cards에 대한 프랑스 지역내 독점 판매권을 확보해서 넷플릭스의 자사 프로그램 제공을 원천적으로 차단했고, Download-to-go 기능을 더하는 등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를 했다.

또한 MYTF1나 French Telecom-Orange사가 주도하는 Orangecast, 그리고 광고 기반 무료 서비스인 6Play등도 VOD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개별 사업자별로 공성과 수정 전략이 펼쳐졌다. 그런데, 한국은 넷플릭스가 공식 진출을 천명했지만 국내 시장은 조용하다. 넷플릭스의 낙점을 받기 위한 시도가 아니라면 지나친 자신감일 수 있다.

그럼 왜라는 질문이 당연히 나와야 한다. 왜 시장이 이러게 조용할까? VOD를 포함해도 평균 지불액이 1만원 아래인 이 시장에서 1만원 내외가 될 것이 뻔한 넷플릭스의 상품 가격이 그다지 경쟁력이 없다는 대답이 제일 먼저 나올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어떤 목표를 지니고 있는지에 따라서 위의 대답은 정답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넷플릭스가 해당 사업자와 직접 경쟁을 하는 것이라면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겠지만, 니치 시장을 겨냥한 특수 계층 대상 사업자라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상품 가격으로서 1만원은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변수의 힘이 달라진다.

 

. 넷플릭스의 영향력?

그렇다면 다른 요인을 검토해야 한다. 우선은 넷플릭스 콘텐츠의 흡입력이다. 넷플릭스는 여러 경로를 통해서 콘텐츠를 수급 제공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국 콘텐츠다. 프로그램별로 저작권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개별 국가별로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의 수가 가변적이지만, 그럼에도 미국 콘텐츠라는 범주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를 우리 식으로 좀더 확대해석하면 해외 콘텐츠다.

해외프로그램국내편성횟수

현재 국내 방송시장에서 유통된 콘텐츠를 제작원별로 살펴본 자료를 보면 해외 제작물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P 등이 제작비용 등을 감안해서 저렴한 해외 콘텐츠를 수입 방송하는 역할을 한 탓이다. 그런데 이들 콘텐츠의 시청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 물론 PP의 맥락에서만 보면 PP가 자체 제작한 콘텐츠 대비 해외 콘텐츠의 시청률이 높지만, 전체 방송 시장에서 보면 여전히 지상파, 몇몇 케이블 채널의 콘텐츠와는 현격한 격차를 보인다.

달리 이야기하면, 이미 국내에는 PP 등을 통해서 해외 콘텐츠가 충분히 들어와 있어 해외 콘텐츠라는 이름만으로 소비자의 쌈짓돈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물론 넷플릭스는 다르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해외의 다양한 콘텐츠가 이미 물 지난 콘텐츠고 합법 시장에 나오기 이전에 이미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다 보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시장과 IPTV의 가입자는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 시장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시장이다. IPTV는 비용을 지불하는 시장이다.

이와 관련해서 KT는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명작인 하우스오브카드(House of Cards)를 무료로 뿌리는 이벤트를 한 적이 있다. 호핀 등에서도 유사한 서비스를 했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가입자 수를 늘리지도 못했고, 다른 VOD로 견인하지도 못했으며, 심지어 하우스오브카드의 이용량도 국내 여타 지상파 콘텐츠 등과 비교할 때 우위에 있지 못했다. 물론 하우스오브카드 역시 음지에서 다 시청하고 난 뒤라고 볼 수 있지만, IPTV란 특성상 가족 구성원들이 시청한다는 점에서 음지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그런 시장에서 하우스오브카드의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다. 국내 유료 방송사업자들의 입장에서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는 국내 유료 방송 서비스 내에서 발견되는 정액제 서비스의 분포도다. 일단 소비자가 특정 유료 방송서비스를 가입했을 때 지불하는 금액은 실시간에 한정되어 있다. 추가로 VOD를 보기 위해서는 무료 VOD를 보거나 단품으로 거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특정 품목을 패키지한 정액제 서비스를 이용한다.

지상파 패키지, CJ E&M 패키지 등이 그것이다. 개별 사업자별로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제공하고 있어 명확한 수치를 제공하긴 힘들지만, 거칠게나마 일반화할 수 있다. 즉 전체 가입자의 7~12% 내외가 지상파 패키지를 선택하고 있고, 다시 추가로 CJ E&M 패키지를 선택하는 층이 지상파 패키지 가입자의 20% 내외라는 점이다.

만약 100만 명의 유료방송 가입자를 확보했다면, 이 중에서 지상파 패키지를 가입하는 인원은 대략 7만~12만 명의 분포를 가지고 있고, CJ E&M 패키지 가입자는 대략 1.4천명~2,4천명 정도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 여기서 질문을 해야 한다. 국내 이용자의 특성을 감안할 때 ① 넷플릭스 정액제 서비스를 지상파와 동일한 범주에 놓는다고 가정하더라도 대략 10% 정도만 차지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고 ② 지상파를 기본으로 선택하고 CJ E&M 패키지와 같이 지상파를 선택하고 난 뒤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정도가 되면 전체 가입자의 2% 내외가 선택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보면 1,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다고 했을 때, 20만 명 정도의 가입자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국내 유료 방송사업자에게는 마케팅 활용도를 제외하고는 넷플릭스가 그다지 매력이 없는 것이다. 매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목을 굽혀서 협상을 할 이유가 없다. 넷플릭스가 요구하는 대로 수익배분을 해 주고, 네트워크의 편의성을 제공해 주면서까지 협상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넷플릭스 관련 뉴스에서 계속해서 KT, LG 등과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히는 것도 경쟁적 우위가 없어서 계속 밑밥을 던지고 있다고 밖에 해석할 수가 없다.

분명 넷플릭스는 환상을 심어준 기업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업, Adaptive Technolgy를 택해서 제한적인 전송속도에서도 UHD 물을 끊김없이 전송하는 능력, 더구나 전세계를 감동시키고 극히 제한적인 인벤토리를 극대화시키는 추천 시스템 등.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넘어서는 것이 특정 콘텐츠에 대한 기호이고 선호다.

아무리 넷플릭스 콘텐츠가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국내 콘텐츠의 말랑말랑함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점에서 메인 요리가 아니라 후식과 같은 사이드 디시(side dish)다. 후식이 메인과 경쟁하겠다고 다양한 전술과 전략을 동원해서 한 두 번은 선택되고 간택 받을 수 있으나, ‘밥’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지금은 넷플릭스는 몸이 달았고, 국내 유료 방송사업자는 느긋하다. 다만 느긋함을 활용해서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는 날렵한 기술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KISA Report(9월호)에 게재된 글을 관계자의 허락을 받아 이곳에 재게재함을 밝혀둡니다.

Dr.Pepperoni About Dr.Pepperoni
페페로니. 이탈리아의 살라미(Salami)가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도착해서 변한 것. 양념한 육류를 발효시킨 것으로 일종의 소세지임. 미국에서는 피자의 간판. 슈프림이 지배하는 한국이지만, 미국에서는 치즈와 페페로니가 피자의 대표선수. 그 페페로니가 한국에 옴. 살라미가 대서양을 건너 페페로니가 되었고, 이제 태평양을 건너 어떻게 될지 지켜보시길... 탱자가 될 지 보석이 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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