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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자유: 넷플릭스는 어떻게 국내에 진입할까?

1. 넷플리스, 오 넷플리스

파죽지세다. 그 어떤 미디어 플랫폼도 넷플릭스처럼 전 세계를 헤집고 다니진 못했다. 사물에 따라서 자신의 몸 색깔을 수시로 바꾸는 카멜레온처럼 어떤 곳에는 HBO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로, 또 어떤 곳에서는 플랫폼 사업자로 수시로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 북미와 남미를 거쳐, 북유럽과 중앙유럽을 거쳐 호주를 지나 아시아로 넘어오고 있다. 소리소문없이 슬며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내가 들어갈테니 알아서 해 보라는 식이다. 공식적으로 2015년 가을에는 일본에 진출한다. 그리고 2016년 봄, 드디어 한국에 들어온다.

풍문으로만 돌던’ 먼 이야기였던 사업자가 드디어 목전까지 왔다. 여러 가지 면에서 넷플릭스는 미디어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 일단 2015년 3월 현재 전 세계 가입자 규모가 6천만을 넘어섰고, 〈그림 1〉처럼 미국 시장에서만 4 천만을 훌쩍 넘겼다. 2015년 1/4분기에 실적이 좋은 Comcast의 가입자 수 2,200만을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여기에 그동안 해외 시장은 투자만 있을 뿐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못해 항상 고민 거리였으나, 이제는 수익에도 기여하기 시작했다(〈그림 2〉).

Netflix margin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넷플릭스의 주식은 사상 최고가를 갱신하고 600달러를 넘어섰다. 모든 것이 착착 맞아떨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시장이 넷플릭스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시장의 주도권이 Legacy Media에서 새로운 미디어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http://finance.yahoo.com/echarts?s=NFLX+Interactive#{"allowChartStacking":true}

http://finance.yahoo.com/echarts?s=NFLX+Interactive#{“allowChartStacking”:true}

최근 들어서는 단순히 코드 커팅과 같이 고객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체가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로 이동하고 있다는 징후도 발견되고 있다. 바로 인력의 이동이다. 아마존, 넷플릭스, 유튜브 등 디지털 미디어가 2014년 할리우드 연예산업계 일자리 8천여 개를 창출했다. 이는 2013년 대비 6.5%가 증가한 것으로, 다른 민간 분야의 일자리 창출과 비교할 때 3배를 웃도는 수치다.

이동은 가능성의 결과치다.  하루 하루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당장 돈을 주는 쪽으로 가겠지만, 그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단순히 돈 이상의 가치를 본다. 그렇기에 이동의 무게중심이 Legacy Media에서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로 확실히 이동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물론 그동안 넷플릭스가 주도하고 아마존도 따라서 신규 콘텐츠를 제작할 때 예상했던 일이다.

영상산업은 기본적으로 사람 게임이다. 사람이 기획하고, 사람이 제작하고, 사람들이 본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인력인데, 그 인력이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로 옮겨갔다는 것은 향후 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디지털 영역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넷플릭스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편당 제작비만 100억 원을 쏟은 대작 시리즈 ‘마르코폴로’는 세트 건설을 위한 인력만 무려 400명, 미술 관련 스태프만 160명이 투입되었다.

과장된 수치일 수는 있으나, 향후에도 오리지널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제작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제작 시장을 OTT, 넷플릭스류가 주도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복병은 남아 있다. 인터넷은 넷플릭스와 같은 미디어 사업자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의무는 빠지고 혜택은 늘어났다. 관리해야 할 영역은 줄어들고 수익을 늘릴 수 있는 영토는 늘어 났다.

기존의 방송사업자는 사실상 네트워크 관리 사업자다. 케이블TV는 케이블망을 관리·유지해야 하고, 위성은 위성망을, 지상파는 지상파망을 관리·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인터넷은 망과 사업자를 분리했다. 비용이어야 할 영역이 장부에서 사라져버렸다. 게다가 망을 관리·운영하지 않기에 해외로 나가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망(Network)은 그 자체로 국가 기간 망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해외 사업자의 지분을 제한하고 있고, 이 때문에 망 사업자가 해외에 나가서 무언가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넷플릭스와 같은 사업자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있다면 남의 망을 이용해야 한다는 부분, 즉 망 사용대가를 해결해야 한다.  2014년 6월 현재까지 넷플릭스 이용자의 망 이용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1년에는 28분 정도에 불과했던 월 이용시 간이 2014년 2분기에는 46.6분으로 늘어났다.

http://www.marketingcharts.com/television/netflix-consumption-trends-46469/

본격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 보급하기 시작한 시점과 이용시간 간에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 이용시간이 늘어났다는 건 서비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전용 망이 없는 사업의 특성상 단순히 좋아만 할 일은 아니다. 전체 이용자가 늘어나고, 그 이용자가 사용하는 월 이용 시간도 증가하면 결국 망 사용대가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망이 없는 넷플릭스에겐 망이 병목 지점이다.

그래서 망이 없는 넷플릭스는 망 사업자와 갈등을 피할 수 없기에 역설적으로 협력을 해야 할 당위가 발행한다. 넷플릭스가 미국을 제외한 타국에 진출할 때 가장 핵심적으로 살펴봐야 할 지점이 바로 협력과 제휴 가능성인 것도 그 때문이다.

2. 넷플릭스와 한국의 미디어 시장

1) 해외 진출 방식

넷플릭스는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유료방송 사업자가 평균 70달러 정도를 과금하는 것에 비해서 고작 10달러 정도를 과금하는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인프라 설치 비용이 상당 부분 포함된 금액이긴 하지만 일단 인프라를 설치하고 난 뒤에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영업이익율이 높은 것이 유료방송 사업자다.

10달러짜리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 및 수급 비용과 운영 비용을 지불하고 나며 손에 쥐는 것이 별루 없다. 영업 이익율이 낮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박리다매형 사업이다. 결국 이용자 수를 늘려야 한다. 물론 넷플릭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성을 높이려고 하고 있기는 하다. 2014년 10월에는 4K 스트리밍 접속에 프리미엄 요금을 부과했다. 이에 따라 UHD TV를 보유한 넷플릭스 가입 가구는 월 11.99달러의 ‘플래티넘’ 요금을 납부해야 하고, 2014년 초에는 몇몇 제한된 4K 콘텐츠 시청이 가능한 기존 HD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서도 월 이용료를 7.99 달러에서 8.99달러로 인상했다.

그리고 동시접속 계정의 수에 따라서 이용료를 인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가격 인상의 여지가 그리 크지 않다. 소비자의 습관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이용자 수를 늘리는 방법이 그들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다. 절박함은 의지로 표출된다. 넷플릭스는 2017년에는 전체 매출액의 반 이상을 해외시장에서 창출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해외시장은 그리 녹록지 않다. 알렉산더 대왕의 세계 정복 이후 성공한 모든 정복전은 현지화에 기반했다. 로마가 그랬고, 몽골이 그랬고, 청이 그랬다. 현지화 없는 세계 정복은 찰나에 그쳤다. 미디어 시장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와 90년대에 미국의 케이블 채널 사업자들이 유럽에 진출할 때도 그랬다. 초기에 유럽시장에서 배척당하던 MTV 등이 자리를 잡았던 것도 현지 사업자와 손을 잡고 현지화 전략을 편 덕분이다.

넷플릭스도 그랬다. 미국시장에서 넷플릭스는 철저히 배반자였고, 이단자였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Comcast를 비롯한 대부분 의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넷플릭스가 경쟁 상대였다. 대놓고 무시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근본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말을 섞는 것을 싫어했다.

그러나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는 물 건너오는 디즈니나 넷플릭스나 도긴개긴일 뿐이다. 상대적으로 적대감이 적다는 것은 제휴와 협력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Comcast가 넷플릭스를 배제하기 위해서 노력했다면, 유럽에서는 유료방송 사업자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유럽 지역에서는 협력과 제휴를 선택했다. 본질적으로 망이 없는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병목인 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IPTV와 케이블 TV 업체 등 인터넷 접속 사업자(ISP)들과 적극적으로 협력을 추진했고, 이를 통해 서비스 품질을 보장하고 공동 마케팅으로 가입자 획득 비용을 낮추었다.

유료 TV 사업자들도 넷플릭스의 후광효 과에 편승해 가입자들에게 추가가치를 제공하고, 코드 커팅을 방어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2013년 영국의 Virgin Media와 제휴해, Tivo STB 내에 넷플릭스를 통합시켰고 6개월 무료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다. 2014년 5월에는 Vodafone과 제휴했고, 2014년 10월에는 BT와 제휴해 YouView와 통합시켰다.

벨기에에서는 2014년 9월 Belgacom과 제휴해서 Proximus STB에 넷플릭스를 통합시켰다.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다. 2014 년 10월부터 SFR과 제휴해서 Evolutions IPTV 플랫폼과 넷플릭스를 통합시켰고, 통신사 Orange 그리고 Bouygues와 제휴해서 STB에 통합시켰다.

독일에서는 DT가 제공하는 IPTV에 통합시켰고, 덴마크에서도 Waoo!와 제휴했다. 여기에는 넷플릭스의 셈법과 해당 국가 내 사업자의 셈법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유럽 진출 방식은 http://nter.naver.com/naverletter/59886 참조하세요)

 

http://nter.naver.com/naverletter/59886
http://nter.naver.com/naverletter/59886

넷플릭스는 여타 OTT 사업자와는 다르다. 바로 TV 스크린이 중심인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를 끌어안음으로써 가입자들에게 추가 가치를 제공하는 한편, TV 스크린 자체에 대 한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면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최근 유럽시장 내에서 넷플릭스 이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그 인기에 편승하려는 시도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2014년 9 월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를 론칭한 프랑스에서는 불과 15일 만에 가입자 10만명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또한 독일에서도 최근 OTT 스트리밍 서비스 유저가 420만 규모로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특히 동영상 관련 서비스에서는 넷플릭스가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매스형 사업자는 아니더라도 넷플릭스 를 희망하는 일정 정도의 가입자는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콘텐츠 측면에서도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추진해 현지 이용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중심으로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물론, 현지 방송사나 CP들과의 라이선스 계약에 적극 나섰다.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 생각이다.

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주제로 한 로컬 콘 텐츠인 The Crown을 방영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노르웨이와 프랑스에서도 유사한 전략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다. 흥미로운 건 단말기 사업자와도 협력을 맺는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방송사업자와 확연히 구별되는 지점이다. 통신시 장에서 C-P-N-D가 완전히 분화되어 서로 협력과 경쟁을 반복했던 것과 유사한 방향이 넷플릭스에도 발견된다.

과거 미국의 미디어 기업들이 독립적이고 독점적인 행위를 했다면 넷플릭스는 적어도 현재까지는 협상과 협력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를 확장시켜왔다. 가전 사업자와 협력하고 그 결과로 TV 리모콘에 넷플릭스 전용 버튼을 두었다.

동일한 방식이 유럽 쪽에서도 실현되고 있다. Sony, Panasonic 등과 이미 제휴를 체결했고, 이들이 제작하는 스마트 TV 및 STB 등의 신규 리모콘에 자사 서비스 와 직접 연결되는 버튼을 장착했다. 고객들과 제일 먼저 마주하는 리모콘에서부터 넷플릭스와의 접점을 늘려나가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더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넷플릭스가 해당 국가에 진출하면서 시장구조가 전체적으로 OTT 중심으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진출할 것이라는 입장이 정해지자 발빠르게 VOD 영역을 강화했고, 결국 전체 시장의 흐름이 OTT로 변했다. 스페인과 영국, 독일 등 유럽 지역 내 스마트 TV 세트 보급률 이 미국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스마트 TV 세트를 통한 넷플릭스 접속량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 이어 유럽시장에서도 OTT 동영상 시장과 더불어 넷플릭스의 동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2) 한국 진출 방식

국내시장의 경우에는 조금 더 복잡한 셈법이 필요하다. 협력은 서로 맞아떨어져야 한다. 문제는 이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해외 사업자와는 다르다는 점에 있다. 먼저 넷플릭스와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의 관계를 보자. 앞서 언급한 대로 넷플릭스는 안정적인 접점이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서비스 품질을 확보하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케이블보다는 통신 사업자가 제공하는 IPTV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물론 케이블이 제공하는 홈초이스도 중요 사업자 중 하나이겠지만, 대신에 넷플릭스의 자랑거리인 N-Screen를 위한 서비스 품질 확 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거실 TV를 위한 서비스 품질은 홈초이 스가 제공해줄 수 있겠지만, 모바일 등 다른 스크린 영역에서는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더 많은 입점료를 지불하고 넷 플릭스를 모셔올 수도 있지만, 가능성의 관점에서 보면 낮다. 케이블 사업자의 초고속 지배력이 약한 탓이다.

따라서 넷플릭스가 서비스 품질에 집착한다고 한다면 IPTV 사업자 중 하나가 최선의 협력 파트너다. 넷플릭스의 입장이 분명하다면, 반대로 국내 유료방송사업 자는 넷플릭스를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이 경우라면 넷플릭스는 유사 채널 사업자(PP-Like Service)와 같은 지위를 점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넷플릭스가 플랫폼 사업자와의 연대를 고민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접점을 확보할 수 있고, 플랫폼 사업자는 넷플릭스에게 독점적으로 제공함으로써 플랫폼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더구나 국내시장의 치열한 경쟁관계를 더하면 상대적으로 입점료를 받고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도 없 지 않다. 1위 사업자인 KT는 KT대로, 그리고 3위 IPTV 사업자 인 LGU+는 그들대로 자신의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려 할 것이다.

그러나 6개월이긴 하지만 독점적으로 HBO를 제공한 LGU+ 의 경우를 보거나, Olleh TV가 House of Cards를 무료로 제공 했다 하더라도 가입자 유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국내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넷플릭스의 유치 여부가 자사의 플랫폼 경쟁력을 올리는 데 있어 결정적인 아이템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문제는 넷플릭스르 입점 비용에 대한 합의여부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서 넷플릭스는 IPTV 3사를 만났으면서도 마치 특정 사업자에게만 관심이 있다는 식으로 전략을 짜면서 국내시장의 역학관계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LGU+는 국내 미디어 사업자 중에서 유일하게 단말기를 생산할 수 있는 LG계의 사업자란 점이다. 스마트 TV 등 다양한 단말기를 확산시켜 단말기 시장 내 위상을 회복하고, 지속적인 사물 인터넷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업자다. HBO와 과감한 계약을 맺은 것도 LGU+다.

여기에는 가전 사업자가 정책적으로 밀고 있는 UHD TV가 있다. 국내시장에서는 아직 UHD 콘텐츠가 부족한 실정이다. 가전 사업자 입장에서는 UHD 콘텐츠가 풍부해져서 UHD TV의 판매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 링크를 단단히 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HBO도 그렇고 넷플릭스 또한 4K를 제작·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4K를 넘어서 6K 콘텐츠를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태평양을 건너서 들어온다.

즉, 단말기 사업자의 입장에서 넷플릭스는 충분히 접촉할 만한 대상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넷플릭스의 조건인 통신 서비스 품질에 부합하는 IPTV 사업자 중 단말기를 방계 회사로 가진 LGU+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

물론 비용 상의 문제가 남아 있고, 국내 사업자 간 유치경쟁이 다른 결론을 유도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IPTV 중 하나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물론 복수로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 등 단말기 사업자에 넷플릭스 앱을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 다. 국내 가전사는 해외시장에서 이미 넷플릭스 앱을 장착해서 제공한 바 있다.

다음으로 콘텐츠 영역이다. 일단 단기적으로 한국시장을 겨냥한 콘텐츠를 선제적으로 제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그것보다는 범아시아계를 겨냥한 콘텐츠가 우선적으로 제공되고, 차후 한국시장의 성장세에 맞추어 맞춤 제작으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의 예상대로 가입자 규모가 낮을 경우에는 별도의 한국 전용 콘텐츠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전무하다. 따라서 일단 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협력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국내 CP와의 관계 설정은 제작이 아닌 공급이란 차원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CP 입장에서 넷플릭스는 플랫폼이다.  또한 국내 CP 입장에서 넷플릭스는 해외 국가에 진출하기 위한 수단이다.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는 넷플릭스에 편승해서 한류 열풍을 전 세계 곳곳으로 효과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넷플릭스가 자사의 서비스에 국내 콘텐츠를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정이 필요하다.

넷플릭스가 독립된 OTT 서비스일 경우에는 이용자가 하나의 서비스를 선택 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럴 경우 국 내 콘텐츠 수급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료방송 시장에 진입한 종 속적인 플랫폼일 경우에는 입점한 해당 유료방송 사업자의 전략 에 따라 달라진다.

유료방송 사업자가 넷플릭스의 성장을 견제할 경우에는 해외 콘텐츠에 특성화된 CP 중 하나일 뿐이다. 현실적 으로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와 손을 잡을 경우에는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VOD의 수익성이 높고 장기적으로 VOD 광고 수익의 증가도 예상해볼 수 있는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 입장에서 넷플 릭스는 자사가 제공하지 못하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CP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관계 설정은 계약 여부에 따라서 정해질 가능성이 높지만, 단기적으로 국내 콘텐츠를 입점하는 데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영화 콘텐츠는 다른 셈법이 가 능할 수 있지만 적어도 방송 콘텐츠에 관해서는 당장 넷플릭스 를 통해서 제공될 개연성이 낮다. 더구나 넷플릭스라면 지상파와 CJ E&M의 콘텐츠를 입점시켜서 유 료방송 사업자와 직접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런 저런 정황을 고려할 때 콘텐츠 쪽의 협력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오히려 국내 영화 등과 제휴를 벌여 해당 콘텐츠를 확대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다. CP 입장에서는 플랫폼이 필요하겠지만,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플랫폼으로 진입하려고 하지 않는다. 디즈 니도 국내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CP 는 넷플릭스에 줄 것은 없고 기대하는 것만 있다는 점에서 서로 합리적인 선택의 거래가 성사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보면 국내에서는 IPTV와의 협력을 통해서 국내 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에는 IPTV에 특수 콘텐츠를 제공하는 CP로 기능할 것이기 때문에, 당장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를 수급해서 제공할 가능성은 낮다. 넷플릭스는 위대한 기업이 아니다. 훌륭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기업이 아니라 적당한 상품을 적당한 가격에 제공하던 기업이다.

효율이 높은 기업이고, 그래서 훌륭하지만 위대하지는 않다. 최신 영화도 없고, 최신 방송 프로그램도 없다. 1년에 10여 편 정도의 신상품이 나오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기업이 훌륭한 콘텐츠를 독보 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하긴 힘들다. 케이블 등등 유료방송 시장에 들어가보면 이보다 더 훌륭한 동영상 인벤토리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많다.

채널 사업자 차원에서 넷플릭스를 HBO와 유사한 PP 사업자라고 본다면, 월 10달러 전후의 가격은 절대 싼 가격이 아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처절하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고객을 찾아가려고 한다. 찾아오지 않는 고객을 찾아가는 다양 한 노력은 그동안 미디어 기업들이 오만함과 방자함으로 얼마나 고객들의 원성을 샀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어쩌면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사람들이 상상하는 수백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크롬캐스트의 판매량 등을 감안할 때, 넷플릭스 도입 1년동안 대략 2~30만 가입자를 모을 수 있다면 최선이다라는 견해도 있다.

넷플릭스가 성공하든 성공하지 않든 남의 일이라면 우리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좀 더 수준 높은 콘텐츠가 제작되고, 그것이 한국시장에서 유통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다. 더구나 한국이란 시장은 이른바 미국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자국 콘텐츠에 대한 사랑이 높아 해외 사업자들이 제대로 진출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다.

그러나 과거에 그랬기 때문에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자신감이다. 흔히 국내 이용자들이 생각하는 수백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지는 않더라도 분명히 ‘넷플릭스 효과(Netflix Effect)’는 발생할 것이다.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은 실시간 중심의 시장이 VOD 중심 시장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특정 콘텐츠의 실시간의 비중이 1/3이고, 2/3는 VOD로 유통되는 시장으로 전환됐다. 프랑스는 넷플릭스가 들어올 것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OTT 서비스의 경쟁력이 강화되었고, VOD 가격을 인하하는 등 시장이 변모했다. Hulu Japan도 실패한 일본시장은 좀 더 분명하게 시장의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유럽 등과 비교해서 경쟁력 있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OTT 시장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인 시장이다. 그 시장이 넷플릭스의 진입 소식과 맞추어 변화하고 있다.

더욱이 넷플릭스는 최근 모바일 시장에서 이전과는 다른 콘텐츠, 이를테면 긴 영상이 아니라 2분에서 5분가량의 짧은 영상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 해 준비 중이다. 모바일 최적화 콘텐츠에 대한 실험을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국내 OTT 사업자의 전략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유튜브 진영에 작은 균열을 내려고 할 것이다.

일단 넷플릭스 진입 추측기는 이정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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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방송문화연구소의 반년간지인 <공영방송> 6월호에 실린 글을 관계자의 양해를 얻어 전재한다.

Dr.Pepperoni About Dr.Pepperoni
페페로니. 이탈리아의 살라미(Salami)가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도착해서 변한 것. 양념한 육류를 발효시킨 것으로 일종의 소세지임. 미국에서는 피자의 간판. 슈프림이 지배하는 한국이지만, 미국에서는 치즈와 페페로니가 피자의 대표선수. 그 페페로니가 한국에 옴. 살라미가 대서양을 건너 페페로니가 되었고, 이제 태평양을 건너 어떻게 될지 지켜보시길... 탱자가 될 지 보석이 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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