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레기’라는 다소 억울하지만 사실에 입각한 비난이 이제 어제오늘일 아니다. 광의에서는 옳으냐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협의에서는 꼼짝 못하고 ‘맞다’ 자인할 수밖에 없는 현상들도 비일비재하다. 내부에서 혹은 외부에서 이러저러한 웃지못할 일들이 거듭될수록 그야말로 언론은, 미디어는 제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으리란 슬픈 자조만 남발되고 있다.

최근에도 이런 ‘일’들이 심심찮다. 우려가 깊다. 사례를 모아, 미디어의 이런 민낯들을 들여다고 싶었다. 쪽 팔리지만, 덜 쪽 팔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생채기를 내면 더 단단해질 수 있을까, 그런 맘도 담았다.

먼저 지난 17일 미디어오늘에 실린 기사. ‘북한군 귀순, 언론사닷컴은 어떻게 9일전에 알았을까’. ‘어뷰징’으로 대표되는 낯부끄러운 트래픽 추종 사례는 이제 일반인들도 잘 아는 처지가 됐다. 포털에 걸리기 위한 다양한 어뷰징 시도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네이버나 다음이 ‘공개형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이달 초 선언한 것 역시 어뷰징도 한 요인이었다.

매체들이 스스로 ‘룰’을 깨는 또다른 현장의 고발이다. 기사 작성에서 ‘기사 입력 시간’은 바이라인으로 통칭되는 ‘글쓴 이(기자명)’만큼 중요하다. 내 ‘바이’를 달고 나간 기사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덧씌워지지 않아야 하듯, 기사를 게재한 시각 역시 처음이 끝이다. 이건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근데 미디어오늘 고발에 의하면 그게 그렇지 않다. 그래서 놀랍고 슬프다. 가장 먼저 쓴 기사가 클러스터링으로 대변되는 검색결과 맨 상단에 노출되는 관계로, 기사 작성시간을 하루 전 또는 닷새 전으로 돌린다는 ‘시간의 왜곡’ 현상이 그것이다. 예로 든 건 이렇다. 지난 15일 아침 8시에 발생한 ‘10대 북한군 귀순 사건’. 합동참모본부 공식 발표보다 무려 아흐레 전으로 기사입력시간이 당겨진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15일 발생 사건에 대한 기사 입력 시간이 어떤 건 10일, 어떤 건 6일이란다. 할 말, 없다.

오늘 발생한 일이 열흘 전 쓰였다? /사진=미디어오늘

오늘 발생한 일이 열흘 전 쓰였다? /사진=미디어오늘

기사와 전혀 무관한 내용과 검색어를 짜깁기 하는 사례도 왕왕 있다. 그런데 이번엔 너무 노골적이었다. 한 온라인 매체가 보도한 ‘’대구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 대구출신 ‘레드벨벳 아이린’ 경직된 표정 보여…’란 기사가 그것. 해당 기사 URL은 이미 ”아이폰6S 출시 시기’ 언제?…신빙성 있는 정보!’기사로 덮였으나 남아있는 댓글이 정황을 말해준다. 메르스와는 전혀 무관한 아이돌 여가수를 인과관계도 없이 ‘그냥’ 묶어놓은 기사. 이때문에 “아이린이 메르스 걸렸다는 줄 알았다””제정신이냐” 등 독자들 섬뜩한 비난이 댓글을 채웠다.

리드가 내용을 규정...'안' 한다...

리드가 내용을 규정…’안’ 한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너도나도 예외없이 낚인 어처구니 없는 사례도 발생했다. 오마이뉴스가 역시 17일 보도한 내용이다. ‘이번엔 ‘이효리’ 오보… 한국언론 답이 없다’라는 기사에서 확인 취재 없이 너나나나 받아’베끼는’ 언론계 풍토를 아프게 지적했다. 이미 이효리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접었다고 알려진 상태. 느닷없이 “관광코스가 돼버린 집, 수십 차례 초인종 등으로 스테레스가 심하다”는 내용으로, 우선 두 가지를 기자들은 떠올려야 했다.

  1. 이미 이효리가 SNS를 접었다는 사실, 그럼 이 글은 뭐지?
  2. 또 ‘어디선가 이 글, 본 듯 하다’는 당연한 복기.

이 두 가지를 모두 놓치고 결과론적으로 모든 매체들은 한 이효리 페이크 페이지에 놀아난 꼴이 됐다. 누가 제일 먼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모두가 다 이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했다는 게 더 중요하다. 당연히 위 두 가지 의문을 떠올렸다면, 해당 페이스북 ‘정보’만 열어봤어도 확인할 수 있는 일이었다. 버젓이 거기엔 ‘우리는 이효리를 사랑합니다’라며 ‘우주의 중심 이효리 fanpage’라고 밝히고 있다. 왜 페북 대문을 이효리로 했느냐, 왜 이효리 글을 상단게시로 버젓이 상시 노출했느냐, 따지고 묻기엔 SNS 속성이 너무 멀리 왔다. 무조건, 언론 책임이다.(만에 하나 알고서도 동조했다면 더 큰 문제다. 단순 트래픽을 위해 검색어로 떴으니 일단 쓰고 보자는 것이었다면, 누구 말대로 이건 정말 ‘노답’이다. 동시에 노잼.)

효리...'없다'

효리…’없다’. /사진=해당 페북 캡처

여기에 더해 청와대도 한 몫 더했다. 박근혜 대통령 비판 기사를 냈다는 이유로 애꿎은 신문 하나 ‘원턴 광고’를 제공하지 않아 구설수에 휘말린 것.(청와대 홍보수석, 신문사 전화 걸어 “그게 기사가 되냐”) 지난 19일 보도다. 청와대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까마귀 날자 너무 확실하게 떨어진 배다. 왜 국민일보에만 그 광고가 실리지 않았는지 납득할 만한 답을 청와대가 내놓기 전에는 해당 ‘팩트’에 대한 각각의 댓글들은 무구할 뿐이다. 역사가 거꾸로 돌아간다지만, 그 조짐을 일부러 확인시킬 필요까지는 없다. 메르스 쫓아내기도 버거운 판에, 그렇쟎아도 기레기라고 배 터지게 욕먹고 있는 언론, 더 힘들게 할 필요는 없다. 안에서 새니 밖에서도 샌다,고 언론 스스로도 하나 잘한 거 없다. 그렇게 지난 일주일이 흘러갔다. 굿바이, 미디어.

'왜'보다 '어떻게'가 더 궁금하다 /사진=미디어오늘

‘왜’보다 ‘어떻게’가 더 궁금하다 /사진=미디어오늘

tomato About tomato
토마토(문화어: 도마도, 일년감)는 가지목 가지과의 식물, 또는 그 열매를 말한다. 라틴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한해살이풀로, 리코펜에 의해 열매가 붉은색을 띤다. ‘선악과’라는 썰도 있다. 채소냐 과일이냐는 지금도 논란. 요리 재료 또는 다른 음식의 소스, 쥬스, 샐러드 등으로 이용된다. 직거래? 물론 된다. Y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