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2일. Verizon은 AOL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그 의미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해설을 하고 있긴 하지만 디지털 광고(정확히는 모바일 광고)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AOL의 능력을 산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AOL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 인벤토리도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될 것것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거시 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M&A 못지 않게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 있다. 바로 AOL 그 자체다.

한국판 위키백과에서 AOL을 찾으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AOL_위키백과

이 정도의 정보만 있다는 것은 우리가 AOL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을 반증한다. You’ve got mail에서 나왔던 그 알림이 미국인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던 AOL의 메일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도 별루 없다.

우리가 기억하는 AOL은 실패의 전형이다. 2000년 타임워너를 인수했고, 그 인수합병이 인류 역사상 최악의 M&A 중 하나 였다는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다. 그러다, 2011년 AOL이 허핑턴 포스트를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잠깐 다시 주목을 받았고, 다시 Verizon의 인수 소식이 들리면서 불현듯 AOL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의 생각을 할 뿐이다.

 

아니, 어떤 분은 “아직도 AOL이 있어”라고 탄성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AOL은 우리의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과 급을 같이 하는 서비스였으니 당연한 것이기도 할터다. 하이텔과 천리안은 1985년경에 온라인 서비스를 개시했고, 유니텔은 1996년에 온라인 서비스를 개시했다. AOL도 Jim Kimsey가 인수한 이후 본격적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개시한 시점이 1985년도였다. 사실상 미국과 한국에서 온라인 서비스가 태동된 시기는 비슷했다.

PConlineservice

그러나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은 2007년 사실상 서비스를 접었다. 온라인 서비스의 관점에서 보자면, 천리안과 하이텔은 2000년 초반에 모뎀 기반 서비스를 포기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초고속으로 급속히 인터넷 접속 서비스가 이동하면서 온라인 서비스의 기반을 상실한 이들은 포털 등으로 사업업종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OL은 타임워너를 인수하고, 분리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살아남았고, 버라이존에 인수되기에 이른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국내 온라인 사업자들이 모뎀 서비스를 접었던 반면에 여전히 AOL은 모뎀 수익이 있다는 사실..

AOL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현재에도 3백만 가까운 모뎀 이용자들이 존재했다. 2015년 SEC-10K자료를 보면, 이들 가입자 수익이 전체 매출액의 24%를 차지한다. 2012년 32%였던 수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는 있지만, AOL의 기반 수익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는 이야기다.

AOLSEC10

이는 여러가지 의미를 지닌다. 각자가 처해져 있는 상황에 따라 해석의 범위와 깊이도 다를 것이다. 다만 1985년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사업자가 30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여전히 초기 사업 모델로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 미국이란 사회가 한쪽에서는 급속한 혁신이 지속되는 시장이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보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한 사업자의 존속을 가능케 해 주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는 전환이 빠른 시장이다. LTE 보급 3년만에 3천만명을 확보한 시장이다. 과거의 시장은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그 흐름을 타지 못하는 순간 시장에서 도태되고 사라진다. 무리해서라도 올라타야 하고, 그래서 이런 저런 경우의 수를 따질 여유가 없다. 하지만 AOL은 큰 판단에서 한두번 실수를 하더라도 안정적인 모뎀 접속 수익으로 스스로를 추스리고, 광고 기술 사업자로, 콘텐츠 사업자로 변모하는데 성공했고, 오늘날 Verizon과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단계로 전환했다.

우리에겐 그런 여유가 없다. 추스를 시간도 여유도 없다. 대부분의 경우 한두번의 의사 결정이 실패하면 사업 전체의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신중을 요구할수도 없다. 신중하게 판단하려 하는 순간 흐름에서 도태되어 버린다. 한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365일 24시간 긴장할 수 밖에 없다.

 

 

Dr.Pepperoni About Dr.Pepperoni
페페로니. 이탈리아의 살라미(Salami)가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도착해서 변한 것. 양념한 육류를 발효시킨 것으로 일종의 소세지임. 미국에서는 피자의 간판. 슈프림이 지배하는 한국이지만, 미국에서는 치즈와 페페로니가 피자의 대표선수. 그 페페로니가 한국에 옴. 살라미가 대서양을 건너 페페로니가 되었고, 이제 태평양을 건너 어떻게 될지 지켜보시길... 탱자가 될 지 보석이 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