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다고 아스파라거스가 알려 왔다. 그리고 넷플릭스 한국 진출에 어떤 의미가 있겠냐고 물어 왔다. 공사가 다 망하고 있어 정신없는 와중에 갑작스런 호출에 속에서 뭐가 올라왔지만 일단 받기로 했다. 사실 넷플릭스 한국 진출의 의미는 그닥 새로울 것이 없다. 수많은 기사에서, 블로그 포스트에서 이미 다 정리해 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해서 어떤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지 정리해 보고자 한다. 설립될 넷플릭스 한국 지사 분도 읽기를 바라면서…

한국에서 먹힐 넷플릭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넷플릭스의 강점은 차별화된 콘텐트, 콘텐트 딜리버리 기술, 개인화 추천, 심플하고 편리한 UI/UX 등을 꼽는다. 미국에서는 가격 경쟁력도 얘기되지만 유료방송 이용요금이 싼 한국에서는 달나라 얘기다. 나는 그 중에서 한국 시장에서 먹힐 가장 큰 경쟁력은 “국내 최초로 차별화된 콘텐트를 확보한 OTT 서비스 사업자”가 등장한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국내 OTT 비디오 서비스 시장은 세계 어떤 곳보다 활성화 되어 있다. 하지만 콘텐트 관점에서는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대동소이다. 물론 지상파 계열사인 (주)콘텐트연합플랫폼의 서비스 푹(Pooq)에는 tvN 등 유료방송 콘텐트가 없다거나, 티빙에는 지상파방송사의 월정액 VOD 무제한 상품이 없다거나 하는 식의 결핍은 있었지만 특정 서비스에 가입해야 만 볼 수 있는 콘텐트를 가진 사업자는 없다. 최근 LGU+가 HBO 콘텐트를 6개월 독점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그런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6개월 뒤면 다른 서비스에서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저 이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케팅적 노력이라 할 수 있다.

LGU+ HBO 단독 제휴

반면 넷플릭스는 다르다. 넷플릭스에 가입해야만 볼 수 있는 영화와 드라마 시리즈들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넷플릭스가 진출해 있지 않은 한국에서는 유료방송에서 방영되었지만 가령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드라마는 앞으로는 넷플릭스에 가입해야만 볼 수 있다. 콘텐트 때문에라도 넷플릭스에 가입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이 콘텐트를 보기 위해 자발적으로 넷플릭스에 가입해야 할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다양한 파트너를 필요로 할 것이다. 마케팅이건, 콘텐트 건.. 그래서 어떻게 진입할지를 고민할 것이다.

넷플릭스는 한국에 어떻게 가입자를 확보할까?

넷플릭스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유료방송사업자와 제휴를 맺는 것일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유럽의 여러 나라에 이러한 방식으로 진출한 바 있다. 영국에서는 Virgin, 독일에서는 DT, 벨기에에서는 Belgacom 같은 후발 사업자와 손을 잡고, 그들의 셋톱박스에 넷플릭스 앱을 탑재하는 방식이었다. 전자신문은 이미 넷플릭스 관계자가 한국 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 제휴 의사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http://tdgresear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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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료방송, 특히 IPTV사업자들은 글로벌 강자들과의 사업 제휴에 적극적이다. 실례로 구글TV(현 Android TV)를 자사 셋톱박스에 최초로 채택한 유료방송사업자가 바로 LGU+였다. LGU+는 3위 IPTV 사업자지만 “TVG”라는 브랜드로 다른 IPTV 사업자와 이미지 차별화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자극받은 SKB도 구글과 제휴해 구글TV 탑재 셋톱박스를 따라 만들었으나 큰 재미는 보지 못했다.

이러한 이유로 LGU+는 넷플릭스 제휴에도 가장 적극적일 가능성이 크다. LGU+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SKB나 KT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미 구글TV 제휴에서 한 방 먹은 경험이 불안감을 더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스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났다. 후발 주자인 Bouygues가 2014년 9월 넷플릭스와 제휴를 하자, 2위 사업자인 SFR과 1위 사업자인 Orange 모두가 넷플릭스와 제휴를 따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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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는 넷플릭스에 독점 파트너가 되고 싶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입자를 늘여야 하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LGU+가 아무리 매력적인 조건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독점 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다. 조건이 조금 안좋더라도 다양한 파트너와 제휴해야 가입자를 늘여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LGU+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SKB, KT, 홈초이스 등도 추이를 보며 합류하는 그림이 예상된다.

넷플릭스는 그 외에도 삼성/LG와 같은 TV제조사, 구글 크롬캐스트/CJ 티빙스틱 등 TV연결 기기 등의 사업자와 도 마케팅 제휴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했던 것처럼 크롬캐스트를 사면 넷플릭스 3개월 무료 이용권을 끼워주는 방식을 통해 국내에서도 가입자를 확대해 갈 것이다.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해주었으면 하는 역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내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그 이유는 바로 웹하드를 통한 불법 콘텐트 유통 때문이다. 대부분의 웹하드에는 “House of Cards 3”, “Marco Polo”, “Orange is New Black” 같은 넷플릭스의 대표 콘텐트들 전편을 1천원도 되지 않는 가격에 다운받을 수 있다. 따라서 아스파라거스가 지적했듯이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불법 콘텐트 유통의 강력한 단속을 정부에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많은 OTT사업자들이 정부에게 불법 콘텐트 유통 단속을 요청했지만 정부의 대응은 뜨뜻미지근했다. 넷플릭스 한국 진출을 계기로 정부가 좀 더 강력한 단속에 나서준다면 그 만으로도 넷플릭스 한국 진출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두 번째로 기대하는 효과는 TV연결 디바이스의 활성화다. 작년 크롬캐스트가 한국에 출시되면서 연말까지 얼마나 팔릴 것인지 주변 사람들과 내기를 한 적이 있었다. 최종적으로 내 예상보다 1/5 정도 밖에 팔리지 않았다.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만 것이다. 사실 OTT서비스가 활성화를 위해서는 TV와 OTT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다양한 기기들이 존재해야 하며, 가격 경쟁력과 차별적 콘텐트를 가진 OTT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도 크롬캐스트 이후로 티빙 스틱, KT가 준비한다는 스틱까지 제법 TV연결 디바이스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게임 콘솔, 로쿠 박스 등 다양한 기기가 있는 미국 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또 이런 기기와 연결될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한데 일단 넷플릭스가 추가 된다면 기기 매력도가 증가할테고, 그에 따라 지상파방송사가 움직여 준다면… OTT가 자리잡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잘 자리 잡기를 바란다. 진입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60만 가입자를 못 넘고 있는 브라질이나 20만이 안되는 칠레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아스파라거스의 비유를 빌려 넷플릭스라는 당나라 군대가 와서 지상파 방송사, CJ(케이블), 통신사 라는 거대 세력들과 이합집산 하면서 새로운 사업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생겨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아참~ 릴레이 바통은 최근 글을 열심히 올려준 고르곤졸라에게 넘긴다. 새로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브로콜리에게 넘길까 했는데, 아이콘이 아직 준비 안되었다고 해서.. 고르곤졸라님 잘 이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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