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는 선배가 항암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페북에 자주 투병 근황이 올라오는데, “아이 낳는 것보다 더 아프다”는 글을 보고 너무 안타까웠다. 신해철 노래의 구절처럼 ‘아픈 건 대신해 줄 수가 없’지 않은가 말이다. 안 그래도 나이 들어 예전 같지 않은 체력에 몸 여기저기에선 이상 징후가 아우성을 치는데…

병은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 베스트다.  건강이야 말로 있으면 소중함을 모르고 잃으면 가장 절실한 것 아닌가.

재산·지위·수입은 외부의 일이다. 구한다고 해서 구해지는 것이 아니다. 천명이 없다면 손에 쥘 수 없다. 그러나 무병장수는 자기 내부의 일이다. 구한다면 구하기 쉽다. 손에 들어오기 힘든 것은 구하면서 손에 들어오기 쉬운 것을 구하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어리석은 일이다.  ㅡ ≪양생훈≫ 지만지(이후 생략),  30쪽

오늘 소개하려는 듣보잡 고전은 1713년 출간된 일본 책이다. 바로 가이바라 에키켄이 84세 때 쓴 ≪양생훈≫. 일본이 장수 국가가 된 비결 중 하나로도 꼽히는 책으로 지금도 널리 읽힌다.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태도)과 방법을 알려준다. 출판대국 일본의 건강 실용서 맹아를 보는 듯한 느낌도 있다. 그러나 유교 윤리를 바탕으로 당시의 의학 지식을 집대성했기에 내용의 깊이는 만만치 않다.

kaibara 가이바라 에키켄

모든 악은 모두 욕구를 제멋대로 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귀·눈·입·몸의 욕구를 참아 멋대로 하지 않는 것이 욕심을 이기는 길이다. 여러 가지 선(善)은 모든 욕구를 참고 제멋대로 하지 않는 것에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참는 것과 제멋대로 하는 건 선악이 나뉘는 근원이다. ㅡ 22쪽

≪양생훈≫에서는 먹을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메시지는 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것이다. 내용을 좀더 읽어 보자.

자신을 너무 귀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술을 지나치게 마시고 색을 즐기며 몸을 편안하게 하여 게으르고 자는 것을 좋아하는 건 모두 자신을 너무 아끼기 때문이다. 이는 오히려 몸에 해가 된다.   ㅡ 35쪽

무엇이나 가득 차면 반드시 화가 있다. 가장 피해야 할 것은 음식으로 배를 가득 채우는 일이다. 처음부터 삼가면 반드시 뒤에 화가 없다. ㅡ 59쪽

나를 아끼고 사랑하라는, 나는 너무 소중하다는 메시지가 넘쳐나는 요즘, ‘나를 너무 귀하게 여기지 말라’는 메시지는 새롭다. 무엇이든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 현대인들이 부쩍 외로워하고 박탈감을 느끼는 이유는, 반대로 너무 많이 바라고 원하기 때문은 아닐까. 그는 아이를 키울 때도 3할은 공복과 추위를 갖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를 맛좋은 음식으로 배부르게 하고 옷을 많이 입혀서 따뜻하게 하는 건 큰 재앙이 된다. 배 가득 맛있는 것을 먹이고 두꺼운 옷을 입혀 지나치게 따뜻하게 하면, 자주 병치레를 하고 생명이 짧아진다.  ㅡ 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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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지만지판, 오른쪽이 하늘북판. 지만지판은 50% 발췌한 책이다.

 

에키켄은 건강을 지키고 양생하기 위해서 아주 중요한 한 글자로 “두려워할 외(畏)” 자를 꼽는다. 두려워하는 것은 몸을 지키는 심법(心法)이라고 강조한다. 두려워해야 근신하고 삼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가 알려주는, 일상 생활에서 따라할 만한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의외로 간단하고 쉽다.

오래 앉거나 누워 자면 기가 막혀서 병이 되며 겹치게 되면 생명이 짧아진다. 식후 언제나 300보를 걷도록 한다.   ㅡ 35쪽

머리는 많이 빗는 것이 좋다. 손은 얼굴에 있는 것이 좋다. 이빨은 때때로 맞부딪치는 것이 좋다. 침은 언제나 삼키는 것이 좋다. 기는 항상 기르는 것이 좋다”  ㅡ 48쪽

소식하면 비위 사이에 틈이 생겨 원기가 돌기 쉽고 소화하기 쉬워 먹은 것이 모두 몸의 양분이 된다. 그러므로 병이 적고 몸이 강하게 된다.  ㅡ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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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판 ≪양생훈≫ 표지들, 일본 아마존에서 검색.

≪양생훈≫을 읽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생각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큰 착각일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 ‘보상심리’라는 것이 욕심의 다른 이름이지 않을까.

≪양생훈≫의 교훈, 간단하지 않은가?
적게 먹고 계속 움직이는 것.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좋은 것을 나에게 해주고 싶어 안달하지 않는 것.
그래서 넘치지 않는 것. 끝.

bacon About bacon
베이컨은 돼지 옆구리살이다. 베이컨의 품질은 지방질이 좌우한다. 옆구리살의 지방은 게으름이나 여유가 몸에 물질화한 거다. 문화도 여유에서 나왔다. 베이컨은 내 생각의 지방, 나란 돼지의 옆구리살을 저며내어 산업사회가 준 기술과 향신료에 버무린 고기다. 팍팍한 나를 풍요하고 여유롭게 만드는 먹을거리다. 아무 토핑이나 얹고 깔고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