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딛고 있는 땅에서 세상을 보다

DICON2014에 재미있는 세션이 마련되었다. 척박한 음악시장에서 전혀 배경이 다른 세 개의 업체가 자신들이 최근에 선보인 음악 서비스를 들고 청중을 만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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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스트리밍의 진화 세션 발표자>

멜론이나 벅스, 지니와 같은 정액제 유사 서비스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에서 조금은 다른 모양새를 갖추고 시장에 나온 밀크와 카카오뮤직, 그리고 바이닐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건 행운일 수 있다. 삼성의 밀크, 카카오의 카카오 뮤직, 그리고 플럭서스의 바이닐(bainil)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같은 듯 달랐다.

서비스의 진화를 볼 때 가장 중요한 지점은 ‘시점’(time)과 ‘지점’(place)다. 그 서비스가 ‘언제’ 나왔느냐가 차별성을 규정하고, ‘어디서(where)’ 나왔느냐가 해당 서비스의 지향점을 결정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와 어디서를 구별하기 시작하면 차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차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확연히 드러나는 법이다.

우선 시점부터 보자.

밀크와 카카오뮤직, 그리고 바이닐은 모두 2014년 하반기에 등장한 서비스다. 단순히 시장에 등장하는 것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고 ‘지속’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진입 시점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서로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이들 서비스가 모두 2014년에 등장했다는 것은 적어도 이 생태계에 있는 사람들이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 방향성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바로 다운로드형 서비스의 퇴조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부상이다.

이들은 각종 자료를 내세우면서 “이제 스트리밍의 시대”라고 선언한다.

<그림 > 스트리밍 서비스의 부상 

 

이들은 기존 음악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더 이상 다운로드형 서비스는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주장일 수 있다. ‘언제’란 관점에서 볼 때, 현존하는 다운로드 & 플레이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멜론류의 서비스와 경쟁을 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드러내는 것은 당연하다. 아니, 전체 시장이 다운로드형 서비스가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로 재편되고 있기에 출시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들은 한결같이 음악 시장에서 스트리밍의 비중이 다운로드형 서비스를 뛰어 넘어섰다고 말한다.

어쩌면 이는 당연한 부산물이다. 정액제 서비스가 일상화된 시점, 그리고 2년마다 모바일 단말기를 교체하는 이용자의 패턴을 감안하면 굳이 다운로드를 받아서 옮기는 것 조차도 불편할 수 있다.   매달 정액제로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있다고 한다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더욱 매력적일 수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을 포장하는 방식에서 그들이 발을 딛고 있는 지점이 분명하게 드러낸다.  오늘날의 스트리밍은 어제의 스트리밍과는 다르다. 과거의 스트리밍은 단선적이라면 오늘날의 스트리밍은 연속이다. 과거의 스트리밍은 곡 하나를 선택하고 플레이하는 방식이었다면 오늘날 스트리밍은 곡과 곡의 연결이다. 이용자가 연결된 곡을 끊어내지 않게 하려면 거기에는 이용자의 선호도를 파악해서 교접해주는 추천 등의 솔루션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오늘날 스트리밍은 기본적으로 추천의 동의어다.  이  ‘스트리밍과 추천’을 삼성은  music radio로 포장을 했고,  카카오뮤직은 ‘들려주는’과 ‘social graph’라고 표현했다.  이는 이들 기업이 위치하고 있는 지점을 정확히 드러낸다. 삼성의 밀크는 삼성 단말기에서만 작동되는 단말기 종속형 서비스고, 카카오 뮤직은 카카오톡에 종속된 서비스다. 그래서  은연중에 삼성의 서비스는 단말기인 라디오가 강조되어 있다. 우연치고는 예사롭지 않다. 휴대폰이란 단말기의 매력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라디오란 미디어 단말기의 개념을 차용한 것이다.  반면에 카카오 뮤직은 소셜 그래프다. 소셜 그래프는 본질적으로 SNS 기반이다. 싸이시절의 배경음악의 컨셉을 받아들여서 일단 내가 구매한 곡은 내 친구들과 같이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그러나 다운로드한 것이 아니어서 카카오 뮤직에 가입되어 있어야만 가능하다. 즉, 구매한 곡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카카오뮤이란 플랫폼을 떠나는 순간 그 곡은 내 것이 아니다. 일종의 장기 렌털인 셈이다. 삼성이 삼성이란 단말기를 위한 보조수단으로 음악을 활용하고 있다면, 카카오뮤직은 카카오톡 생태계를 존속시키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놓치지 못했다.

바이닐은 이들과는 놓여 있는 선상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다운로드를 허용하고 있지만, 바이일 역시 스트리밍 서비스를 강조한다. 여기에  바이닐은 모바일 앨범이란 개념을 들고 나왔다. 일단 여기서 이름부터 정리하고 가자. 어반 자카판의 기획사인 플럭서스가 만든 바이닐은 영어로 bainil이다. 이는 LP만을 상징적으로 의미하는 vinyle의 음차다. 음반을 기획 제작하던 플럭서스(플럭서스는 레이블 이름이기도 하다)가 LP의 바이닐(Vinyle)을 모바일의 Bainil로 바꾼 것 뿐이다.

 

 <당신의 음악, 모바일 앨범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플럭서스는 기획사이자 음반사다. 하지만 음악 콘텐츠 제작업자라고 이해하는 것이 이 맥락에서는 어울린다. 음악 콘텐츠 사업자는 현재의 음악 시장이 지나치게 플랫폼 사업자 위주로 정리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재주는 누가 부리는 데 돈은 엄한 곳에서 차지한다고 보고 있다. 분명히 음악 시장이 디지털로 넘어가면서 전체 시장 규모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음반 및 음원 시장으로만 보면 2001년 4천2백억 정도의 규모에서 2010년에는 1조를 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전체 음악 산업의 총 매출액 규모가 2005년에는 1조7천억 정도의 규모였으나, 2012년에는 3조 9천억 정도의 시장으로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콘텐츠 사업자의 입장에서만 보자면 음원 등등 전체 음악 시장이 커진 반면에 자신들의 수익성은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간의 수익 배분 문제로 단선화시켜 설명하고 있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소비자에게 이용대금을 전이할 수 있는 요금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의 구조를 조금 단순하게 설명해 보자. 단품 판매도 있지만 대부분의 국내 음악 서비스는 정액제 기반이다. 정액제 기반의 가장 큰 장점은 수익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1만원짜리 정액제 서비스가 있고 100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면 총 매출은 10,000원 x 100명 = 100,000원이다.  이 중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간의 수익 배분이 5:5라고 가정해 보자.  그럼 콘텐츠 사업자에게 배분할 수 있는 금액은 50,000원이다. 50,000원이라는 파이가 정해진 상황에서 100명이 1인당 1곡씩 총 100개의 곡을 소비했다고 한다면 곡 당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500이자만, 1000개의 곡이 소비되었다고 하다면 곡당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50원이 된다. 10,000개의 곡이  소비되면 1원이 된다. 정액제에서는 이용한 음원의 숫자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개별 곡이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이 절대적으로 감소하는 구조인 셈이다.  가입자가 늘어나면 매출은 늘어나지만, 개별 곡의 소비 역시 늘어나는 만큼 콘텐츠 진영의 수익 구조는 점차적으로 악화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구조를 개선해 보고자 하는 목적이 깔린 것이 바로 바이닐이다. 그래서 이들은  콘텐츠 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는 배분율이  70% 가 넘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들이 서 있는 지점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서비스는 나온다. 자신들이 위치해 있는 그 지점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소비자의 안목과 주머니를 놓고 경쟁을 한다.  멜론 등의 서비스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자들이 자신들이 서 있는 지점에서 또다른 세상을 쳐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서로 서 있는 지점이 달라서, 처음에는 비슷한 듯 보이지만 의지가 있는 사업자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들만의 강점을 드러내는 법이다. 이들이 음악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었으며 좋겠다.

 

 

Dr. Pepperoni About Dr. Pepperoni
페페로니. 이탈리아의 살라미(Salami)가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도착해서 변한 것. 양념한 육류를 발효시킨 것으로 일종의 소세지임. 미국에서는 피자의 간판. 슈프림이 지배하는 한국이지만, 미국에서는 치즈와 페페로니가 피자의 대표선수. 그 페페로니가 한국에 옴. 살라미가 대서양을 건너 페페로니가 되었고, 이제 태평양을 건너 어떻게 될지 지켜보시길... 탱자가 될 지 보석이 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