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끝날 때 마다 한 시간 동안 열심히 듣고 있던 청취자에게 “멀쩡한 한 시간을 우리 얘기 듣는데 낭비하셨다”고 이야기하는 프로그램. 현직 자동차 정비공 형제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그런데, 그 형제가 모두 MIT출신인 프로그램. 개성 강한 프로그램들이 모인 NPR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 ‘카톡Car Talk’이다. 국내뉴스, 외교현안, 책과 음악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NPR이라지만, 자동차 정비…?

“Well, you’ve wasted another perfectly good hour listening to Car Talk!”

주말마다 보스턴 액센트와 이탈리아계 액센트가 진하게 섞인 목소리로 방송시간 전체의 약 1/4을 웃음소리로 채우는 톰 말리오찌Tom Magliozzi와 레이 말리오찌Ray Magliozzi 형제의 카톡을 듣다 보면 ‘남들을 웃기려는 사람은 웃으면 안 된다’는 코미디의 원칙에도 예외는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전염성 강한 웃음(contagious laughter)”은 말리오찌 형제가 방송을 위해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고, 굳이 청취자들을 웃기려고 노력하는 것도 아니다. 프로듀서인 더그 버만에 따르면 이들은 “방송녹음과 상관없이 하루 종일 둘이서 그렇게 웃는다.”

카톡은 청취자들이 방송 중에 전화를 걸어와서 자동차의 문제점과 수리방법을 물으면 형제가 설명해주는 형식으로 일주일에 한 번 방송되는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이다. 언뜻 들으면 청취자군(群) 지나치게 제한된 듯한 프로그램이 전국적인 인기 방송이 된 비결은 황당하고 재미있는 시청자 사연과 거기에 대답을 해주는 말리오찌 형제의 유머감각 때문이다.

세차할 때 마다 자동차의 배기 파이프에 호스로 물을 넣어서 씻어야 한다고 믿는 남편을 설득 좀 해달라는 사연, 자동차 에어컨을 켜면 실내에 눈발이 날리는 이유를 좀 설명해달라는 사연, 아침만 되면 주차해놓은 자동차가 10여 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있다는 사연 등은 듣기만 해도 재미있다. 자동차를 둘러싼 부부갈등부터 어려운 엔진고장까지 다양한 문제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말리오찌 형제이지만, 단순히 말솜씨와 유머감각만으로 유명해진 것은 아니다. 수 십 년 된 자동차들부터 최신 모델까지 연식 별로 흔히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을 모조리 꿰고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를 보지도 않고 청취자의 설명만으로도 원인을 척척 진단해내는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들이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에 전화를 하는 사람들은 동네 정비소에서 고치지 못한 문제를 가지고 오는 경우가 흔하다).

휴대전화가 보편화된 후에는 전화기로 차에서 나는 소리를 들려주는 청취자들도 생겼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전부 청취자가 입으로 흉내 내는 소리를 듣고 자동차의 문제점을 찾아내곤 했다. 마치 환자의 맥을 짚는 것만으로 병을 찾아내는 명의를 보는 것 같다. (몇 년 전부터는 그런 진행자들의 진단이 정확했는지를 몇 달 후에 공개적으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코너를 만들어서 운영한다).

“Hey, we’re Click and Clack, the Tappet Brothers!”

12년의 나이 차이가 나는 톰과 레이 형제가 대화하는 걸 듣노라면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 둘이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떠드는 소리를 엿듣는 기분이 든다. 천재들만 간다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을 졸업한 두 형제는 어쩌다가 이런 일을 하게 되었을까?

먼저 멀쩡한 직업을 팽개친 건 형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을 다니던 형 톰은 어느 날 출근길에 대형 교통사고가 날 뻔한 상황을 아슬아슬하게 모면한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인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 톰은 직장을 그만두고 한동안 백수로 지내면서 할 일을 찾았다. 그러다가 역시 MIT를 졸업한 동생 레이와 의기투합해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기로 한 것. 남들이 들으면 소설 같은 내용이지만, 세상의 부모는 다 똑 같은가 보다. “부모님은 ‘그렇게 뼈 빠지게 일해서 MIT를 보내놨더니 정비공이냐’고 좌절하셨죠, 하하하.”

형제가 생각해낸 정비소의 아이디어도 남다르다. 바로 DIY정비소. 자동차 정비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장비가 없어서 못한다고 생각한 톰과 레이는 장소와 장비만 빌려주고 차 주인들이 직접 고치게 해주었다. 물론 결과는 실패였다. 사람들이 그 정도로 기계치인 줄 몰랐다는 것도 하나의 실패 원인이고, 80년대로 접어들면서 자동차들이 급격히 복잡해져서 전문가들 외에는 손을 대기 힘들어진 것도 원인이었다. 결국 일반 정비소로 전환해서 정비 일을 계속했다.

1977년 어느 날 보스턴의 공영 라디오인 WBUR FM의 한 프로그램에서 자동차 정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순서에 톰을 초대했고, 재미있는 말솜씨에 감탄한 방송국은 아예 형제가 출연하는 고정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서서히 지역 청취자들의 귀를 사로잡은 지 10년 만에 NPR은 이 형제의 프로그램을 모든 제휴 방송사에 송출하기로 결정하게 되고, 그 때부터 전설적인 형제의 라디오 방송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Don’t drive like my brother!” “And don’t drive like MY brother!”

그렇게 전국방송을 타게 된 것이 1986년이니 거의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을 방송을 한 말리오찌 형제들은 자신의 프로그램 외에는 거의 방송출연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하기 싫어서.” 직장을 그만둔 것도, 정비사가 된 것도, Car Talk을 하게 된 것도 모두 “그 일이 좋아서”였을 뿐, 돈과 명예는 상관없이 사는 사람들로 유명하다.

그 형제들의 그런 성격을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한 번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새로운 오피스 제품을 내놓으면서 말리오찌 형제들을 제품 홍보에 고용하기로 하고 카톡의 제작자인 더그 버만에게 제안을 했다. 45분짜리 소개를 맡아주면 1만 불을 주겠다는 것. 형제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홍보담당은 그럼 2만5천불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역시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 당했다. 액수는 계속 올라가서 5만불을 넘었지만 형제는 계속 거절했다. 그럼 원하는 액수를 말하라고 하자, “오케이, 그럼 10만불이라고 합시다. 그래도 안 할 거요.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 10만 불을 낭비하는 멍청이들과는 일하고 싶지 않으니까, 하하하.”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입가에 웃음이 퍼지게 되지만, 이 글은 쓸쓸한 소식으로 끝맺음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 글을 준비하던 지난 월요일, 형인 톰 말리오찌가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 후로 일주일 동안 NPR의 각 프로그램들은 특별한 순서를 마련해서 톰을 기리는 방송을 내보냈고, NPR과 WBUR은 앞으로도 당분간 Best of Car Talk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에 방송했던 내용들을 편집, 재방송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톰이 그동안 알츠하이머 병을 앓았기 때문에 NPR은 이미 2년 전부터 생방송을 중단하고 재방송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따라서 청취자 입장에서는 변하는 건 없겠지만, 이제는 세상을 떠난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예전처럼 웃을 수 있을까?

두 사람이 오랜 세월 동안 방송하면서 변함없이 매 회마다 하던 마지막 멘트가 있다. “우리 형처럼 운전하지 마세요!” “제 동생처럼 운전하지 마세요!” 그런 정겨운 멘트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쓸쓸하지는 않았을 것을….

Garlic About Garlic
어느 요리사의 조언처럼 "조리법 대로 만들었는데 맛이 없으면 마늘이 부족한 것." 김치처럼 마늘의 향이 강하게 튀어나오는 음식도 있지만, 대부분의 음식에서는 다양한 식재료 중의 하나로 녹아 들어가 전체의 맛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마늘, garlic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