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회사에서 IT 기술을 활용한다는 것

일을 하다 보면 프로그래머가 아쉬울 때가 많다. 뭔가 약간만 프로그래밍을 하면, 아주 간단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거. 단순 작업을 자동화하거나 커뮤니케이션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혹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지만 작은 회사라 전문 인력을 운영할 수는 없고, 외주로 빼자니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기본 기간이 3~6개월에 몇 천만 원이 최소 견적이다. 생각보다 시간이 길게 걸려 첫 번째로 놀라고, 높은 비용에 두 번 놀란다. 뭘 몰라서 바가지 쓴다는 느낌도 들지만, 또 뭘 몰라서 일값을 모르는 걸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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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서 내가 직접 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취미로 프로그래밍이나 배울 걸 후회도 된다. 작정하고 외주 개발한다 해도, 개발은 시작이고 운영하면서 생기는 이런저런 수정은 더 많은 돈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어느 순간 외주 업체가 사라져서 수정 포기하고 그냥 맞춰 쓰는 경우도 있다.

사실 자동화나 업무 효율화라는 말 자체가 추상적이다. 이런 시스템을 꿈꿀 때는 들이는 돈에 비해 성과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작정하고 돈 들여 새로운 인트라넷이나 ERP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 시중에 나와 있는 저렴한 서비스를 먼저 사용해 볼 것을 권한다. 대개는 비싼 ERP를 쓰지 않아도 되거나, 그런 시스템이 해결책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별도의 ERP 없이 구글앱스만으로 가능한 것들

다른 회사 인트라넷은 안 들어가봐서 모르겠고, 우리 회사 경우를 보자. 우리 회사는 인트라넷과 함께 구글 앱스를 쓴다. 인트라넷은 게시판 형태로 아주 간단한 구조고, 구글앱스는 전면적으로 도입한 지 3년 정도 된 것 같다. 지금은 자리를 많이 잡은 상태다.

기본은 지메일이고 캘린더와 드라이브를 쓴다. 캘린더로는 회사 공용 자동차나 회의실 시간 예약, 사장님과 자기 스케줄을 오픈한 다른 직원들의 스케줄을 확인하여 미팅도 잡고, 회사 전체 스케줄도 관리한다.

구글 드라이브는 주요 용도가 ‘정보 공유’다. 스프레드시트와 설문지, 워드를 주로 쓴다. 설문지는 고객 대상 설문이나 직원 대상 설문으로 이게 없었으면 어떻게 일했을까 싶게 자주 쓴다. 스프레드시트는 주로 다수 인원의 공동 작업장 용도다. 스프레드시트를 업무 프로세스와 연동해 설계하면, 여러 아이템의 진행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데이터 공유와 공동작업이 가능하다. 인기 있는 시트엔 10~20여 명이 동시 접속해서 작업을 한다. 누가 뭘 수정하고 있는지도 실시간으로 보이고 히스토리도 관리할 수 있다. 모바일 연동은 두말하면 잔소리. 편리한 정도가 아니라,  의존도가 높다.

구글드라이브를 도입하면서 클라우드 오피스가 가능해졌고, 한단계 높은 정보 공유과 협업으로 효율이 올라갔다. 별도의 ERP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고 인트라넷 설계 변동 없이 구글앱스를 통해 시스템과 프로세스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던 것이다. 특히 문서 공유 기능으로 커뮤니케이션 효율이 높아졌고, 복잡한 공정을 관리하여 업무 오차율을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었다.

구글앱스 말고 더 좋은 건 없나?

이렇게 구글 드라이브를 자주 많이 사용하기에 관심이 많아서 최근에 검토한 것이 MS 원드라이브다. MS 원드라이브는 구글드라이브와 비슷하긴 한데 기능이 (당연히) 오피스와 비슷하고 호환이 잘 된다. PC의 오피스와 비슷한 형태다.(일종의 축약 버전) 이미 구글 드라이브를 잘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혹시라도 더 좋은 기능이 있을까 궁금했다.

  • 일단 눈에 띄는 것은 그룹웨어로서 히스토리 관리나 권한 부여 기능이 좀더 강력하게 설정된 것 같다. 이건 기업용으론 장점이다.
  • 가격대가 정말 다양한데, 사용자, 월 단위로 과금이 된다. 1인당 월 5500원부터 있다. 300명까지 사용할 수 있는 버전이다. 오피스를 온라인에 접속하여 자유롭게 사용하는 버전인데 속도가 좀 느린 것 같지만 쓰다보니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
  • 구글 드라이브의 경우 메타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한 셀에 많은 양의 데이터가 들어갈 경우 파일이 제대로 열리지 않았다. 원드라이브에서 엑셀 온라인으로 열어보니 파일이 제대로 열리고 편집도 가능한 것 같다. 이런 부분은 공동 작업에 큰 장점이 되겠다.
  • 무엇보다 구글드라이브는 오피스와 별도로 사용했는데, 원 드라이브를 사용하게 되면 하나로 통합되고, 직원들의 PC에 잠자는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지메일에 필적할 메일 시스템이 있는가에서 의문이다. MS가 앞으로 어떤 진보를 보여주느냐가 관건이겠다.

구글앱스와 구글 앱스 스크립트

MS 원드라이브와 구글드라이브를 비교하다 알게 된 기능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구글앱스엔 오피스의 아주 단순한 기능만 있다. 그런 단순성을 보완해주는 게 스크립트 기능이다. 구글이 오픈 소스라 자바 언어로 누구나 프로그래밍해서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레고처럼 붙이고 최적화해서 쓸 수 있게 해준다. 각 앱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다.

예를 들어 구글 폼으로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받았다면, 시트에 들어가 있는 자료를 사용해서 바로 메일머지로 이메일을 전송하고 해당 주소의 구글맵을 자동으로 생성해서 보내줄 수 있게 한다. 이걸 원 버튼으로 자동으로 굴러가게 프로그래밍하는 게 구글 앱스 스크립트다. 일종의 매크로라 생각할 수 있겠으나 매크로는 기능의 일부일 뿐이다. 사용자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무궁무진하다.

아직 국내에선 구글 앱스 스크립트를 전문적으로 사용하거나 프로그래밍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책도 나와 있는 게 없다. 미국 아마존에 관련 도서가 2권 나와 있는 정도다. 이 책들도 결국 구글 사이트 개발자를 위한 튜토리얼에 있는 자료를 정리해 놓은 정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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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오픈 소스가 참 애매한 게, 프로그래머가 손 대기엔 사소하고 쉽지만, 초보자가 접근하기엔 벽이 높은 편이다. 돈 주고 아웃소싱하기도 어렵고, 내가 직접 하자니 시간이 많이 든다. 어쨋든 프로그래밍의 기본을 알아야 할 수 있는 거니까. 슬쩍 보기엔 만들어 제공하는 함수가 많아서 html만 알면 대충 쓸 수 있을 것처럼 보이던데, 이것 또한 뭘 몰라 쉬워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작은 회사에서 IT 기술을 잘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내 경험을 바탕으로 제시하는 의견은 다음과 같다.

1. 당신 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장악하라.
돈 들여 인트라넷, ERP 만들어 놓고 사용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중요한 건 비싼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제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업무 효율성이 올라가는 거다. 시스템이 효율성을 담보하지 않는다. 업무 프로세스 장악이 핵심이다.

2. 클라우드 오피스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도입하라.
웬만한 업무는 이메일과 엑셀, 워드에 문서 공유 기능만 있으면 해결된다. 그것이 구글앱스나 MS 원드라이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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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은 돼지 옆구리살이다. 베이컨의 품질은 지방질이 좌우한다. 옆구리살의 지방은 게으름이나 여유가 몸에 물질화한 거다. 문화도 여유에서 나왔다. 베이컨은 내 생각의 지방, 나란 돼지의 옆구리살을 저며내어 산업사회가 준 기술과 향신료에 버무린 고기다. 팍팍한 나를 풍요하고 여유롭게 만드는 먹을거리다. 아무 토핑이나 얹고 깔고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