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5월13일 포털사이트 다음 홈페이지.

2001년 5월13일 포털사이트 다음 홈페이지.

2000년 초반 언론사와 그 닷컴은 인터넷 서비스를 겨우 다듬어 가던 시절이었다. 마땅한 교본도 없었다. 기획도, 디자인도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낯선 환경에 가로놓였던 그 때 그 시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포털이 득세하는 온라인 뉴스 유통 시장, 브랜드의 실종, 충성도 낮은 독자…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전통매체의 현 주소. 전문가들은 “그 때 언론사가 디지털 분야에서 잘못된 선택을 했다”지만 과연 어땠을까?

또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에 열광하는데 정말 그래야 하는 것일까? 디지털 혁신의 파고를 넘는 오늘 전통매체 종사자들에 들려줄 이야기는 없을까?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조인스닷컴(중앙일보의 인터넷 자회사) 전략기획실장, 미디어본부장을 역임했던 이전행 엘비즈코리아 상무에게 물었다.

이 상무는 당시 업계에서 거시적인 미디어 ‘관(觀)’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 조인스닷컴 퇴사 후 중국 내 음원 사업에 나섰고 빅데이터·소셜 분석 업체 ‘그루터’를 거쳤다.

– 15년 전 그 시절을 떠올린다면요?

제가 언론사에 근무하던 때는 가장 변화가 많았고 구성원들의 의욕도 넘쳤습니다. 아주 다양한 모델과 방향을 놓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중앙일보(조인스)의 경우 웹 미디어 초기 단계부터 적지 않은 일들을 했습니다. ‘포털’ 모델을 시도했습니다. SMS 서비스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파격적인 실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며 섣부른 결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언론사가 가진 특징이라고 보는데요. 어떤 목표보다는 많은 이용자, 습관을 갖는 이용자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그 실행 방안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수익모델이 생긴다는 전형적인 인터넷 비즈니스를 상정했습니다.

– 더 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요?

역시 화두는 미디어의 본질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미디어는 수적, 질적으로 이용자를 확보하는 게 관건입니다. 막 태동한 디지털 미디어가 ‘미디어’가 되려면 새로운 가치 즉, 기존의 미디어(신문)와는 다르고 차별적인 가치를 형성하고, 이 가치를 통해 이용자와 꾸준한 관계를 도모해야 합니다.

이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아주 본질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기존 미디어 브랜드에서 출발한 한계와 상황으로 차별화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 역시 아쉬웠던 부분은 그 대목이겠네요?

따지고 보면 그때 많은 시도들은 미디어의 차별성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크게 보면 콘텐츠 즉, 내용적 측면의 변화 시도가 있었습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기술과 서비스 방식에 대한 시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기술에 대한 체계적 이해와 축적을 못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뉴미디어는 IT를 기반으로 하는데 언론사는 그것을 놓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콘텐츠도 생산, 유통, 가치 평가, 소통 등 전 과정에서 기술 기반의 플랫폼화를 구축해야 하는데요. 전통매체는 이것을 너무 간과했습니다. 그 대신 플랫폼 위에 아이템에만 집중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이나 그 때나) 이런 결과가 난 것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조직 구성원들이 전반적으로 기술 이해도가 낮고 전문성이 부족했습니다. 또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이나 협업 또한 아주 일차원적으로만 진행됐습니다. 특히 함께 초기 시장을 확장해야 하는 언론사 간의 연합이나 공유도 번번이 좌절됐습니다.

뉴미디어는 기술에서 출발했는데 그것을 충분히 내재화하지 못했고 외부 자원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지 못한 것입니다.

– 그 때 포털사이트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포털은 그저 자기의 길을 걸어 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언론의 콘텐츠를 자신들의 관점에서 아주 효과적으로 확보하고 이용했습니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어느 정도 영향력과 자원이 확보된 이후에는 포털은 언론에 의해 크게 흔들리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언론이 유지해온 영향력의 일부도 흡수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언론사 출신 구성원이 포털 내에 다수 포진하면서 그들은 언론사의 특성에 대해 잘 이해를 하기 시작했고 현명하게 문제를 풀어 갔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포털이 뉴스 시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 과도하게 포털 스스로의 이익에만 충실했던 부분입니다. 거꾸로 생각하면 포털이 작정을 하고 언론과 함께 시장을 키우려고 했다면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는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로 견제하고 보호 받으려고만 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이용자들도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 포털을 극복하려고 업계가 많은 논의를 했지만 몇몇 언론사가 다른 생각을 하고 끝내 공조가 깨진 점은 두고두고 안타깝습니다.

–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언론의 문제’는 무엇입니까?

더 상황이 악화됐습니다. 브랜드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고착된 상태입니다. 예전보다 다양성이나 깊이도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트래픽 지향의 무분별한 속보 경쟁이 콘텐츠의 질적 하락을 부추겼습니다.

이렇게 되니 이용자에게 미디어의 존재감 즉, 브랜드의 신뢰도를 크게 잃었습니다. 브랜드 신뢰도를 잃은 것은 미래를 잃은 것입니다. 이용자가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 선이 생긴 것입니다. 참으로 어려워졌습니다.

–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에서 한국 언론이 끌어 안아야 하는 것이 있다면요?

가장 부러운 것은 뭐니뭐니 해도 꾸준한 (실험) 시도가 가능한 조직이라는 점입니다.

‘애자일 방법론’의 기본 원리는 지속적인 진화를 전제로 합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발전하다보니 모든 것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 보다는 기본 원칙과 방향만 정하고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뉴욕타임스>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인 것 같습니다.  작은 프로젝트를 계속 시도하면서 큰 방향에 대해 검증하고 학습해온 점이 돋보입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모델 정립과 도전 자체도 힘들 뿐 아니라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시도 자체에 원죄를 씌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작은 프로젝트라도 고민하는 깊이가 남다른 <뉴욕타임스>는 실패와 성공이라는 도식적인 결론과 무관하게 그 경험을 온전히 플랫폼 변화로 나아가는 동력으로 삼았다고 봅니다. 그러다보면 알게 모르게 완성된 그림도 나오는 것이고요.

결국 구성원들을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토록 함으로써 미래 미디어를 학습시키는 것이 우리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처음 이 보고서를 읽었을 때는 한국 시장과는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뉴욕타임스>의 실험은 미디어의 본질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을 했고 성공과 실패 모두 그것에 대답하는 과정으로 수렴됐기 때문입니다. 예측이 어려운 디지털 미디어에 대해 경험하면서 익히는 학습 과정에 가치를 둔 것이죠.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이러한 관점은 한국의 뉴스조직에선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 실제로 전통매체 내부는 ‘혁신’을 놓고 대립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뉴스조직에서는 디지털 부문과 전통적인 취재부서 간에 상호 공방이 오래도록 계속됐습니다. 서로 디지털을 잘 모른다거나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하는 식인데요.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양측의 소통 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도 양측의 갈등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희망과 목표는 공유하고 있었고 성공 가능성을 열어둔 마찰이었습니다.

지금은 희망의 기회가 많이 사그라들고 (작은) 성공 경험도 부족합니다. 조직 방어 기제가 극심하게 작동해서 양측 사이에 거리만 더 벌어진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이미 완성되고 안정적인 조직(문화)는 새로운 변화의 문화와 어쩔 수 없이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가 교류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기에는 리더의 역할이 큽니다. 공감을 이루는 체계가 시급합니다.

– 업계에 들려줄 고언이 있다면요?

개인적으로는 전통매체에는 비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 신뢰도가 사라진 상태에선 무엇을 해도 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무엇을 하고자 해도 언론사 조직과 문화는 그것을 수용하기에는 이미 노쇠해졌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변화는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세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언론 브랜드 신뢰도를 회복해야 합니다. 믿음이 생기면 언제든지 회복이 가능한 것이 언론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중요하게 판단하지도 않고 집요하게 시도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방송사 브랜드를 참조하면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KBS, MBC 등 큰 브랜드가 있지만 이용자 관점에서는 그 브랜드가 아니라 프로그램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더 높습니다. 예를 들면 MBC가 비판을 받아도 <무한도전>은 열광합니다.

언론사는 이렇게 서브 브랜드, 콘텐츠 브랜드에 대한 시도를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아쉽게도 YTN의 ‘돌발영상’ 같은 ‘성공적인’ 브랜드는 정치적 이유로 사라졌는데요. 이런 시도가 계속 나와야 합니다.

지난 10년 간 ‘조인스’라고 하면 떠오르는 경쟁력이 ‘인물 정보’였습니다. 여전히 그에 필적하는 브랜드를 어떤 언론사도 만들지 못했지요.

둘째, 기술 수용입니다. 기술 경쟁력을 갖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언론사에겐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사실 뉴미디어는 IT기술이 처음이자 끝입니다. 내부 자원이 없으면 외부 자원의 연계나 혹은 흡수-자원 뿐 아니라 모델-까지 적극 시도해야 합니다. 더구나 웹을 넘어 모바일 그리고 모바일을 넘어 IoT, o2o 등 판이 완전히 변하는 시기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언론사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이용자와의 꾸준한 접점을 형성하고 유지하면서 플랫폼화를 이루는 기술입니다. 기억하십시오. 디지털 기술은 누구나 동등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셋째, 이용자와 성공 경험을 함께 축적하는 일입니다. 브랜드 신뢰도 회복과 기술 투자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작은 성과물을 쌓아가며 이를 이용자와 공유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언론사의 상장 모델도 있었고 수백억대 마케팅도 가능했습니다. 그때는 혁신 모델로 한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는 시도도 큰 저항 없이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언론사 스스로 디지털 사업(의 결과)에 대해 의문하고 내부 견제도 적지 않습니다. 이럴수록 목표의 규모를 줄이면서 작은 성과를 내고 이 성공 경험과 신뢰를 나눠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령 쓰레기 같은 정보들을 잘 걸러주고 정리하는 한편으로 따끔하게 비판하는 언론의 역할은 이용자도 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하나 둘 완성하면서 우리의 이용자를 만들어가는 일이 진정으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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