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선배가 페이스북에 “더글러스 애덤스라는 작가는 사람들이 새로운 것에 대해 3가지로 반응한다고 썼다.”며 다음과 같은 포스팅을 올렸다.

1. 우리가 태어났을 때 이미 세상에 있는 것은 모두 정상이다.
2. 우리가 태어난 이후부터 30세가 될 때까지 발명된 것들은 매우 흥미진진하고 창조적이다. 운이 좋다면 이와 관련된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
3. 우리가 30세를 넘어선 이후 발명된 것은 무엇이든 자연질서에 어긋나고 문명 종말의 시작이라고 보인다. 그러다가 발명된지 10년쯤 되면 차츰 괜찮은 것으로 여겨진다.

당신은 어디에 해당하는가? 30세가 적정한 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이 먹을 수록 사람들은 더 보수적으로 변하고,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을 더 찾게 되는 것은 맞는 말일 것 같다. 그것은 문화나 관습같은 것일 수도 있고 인간 관계일 수도 있다. 그 가운데 ‘기술’도 있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아 어렵고 불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은 처음 소개되었을 때 환영받기 보다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새로운 기술을 불쾌하게 여기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문자나 인쇄술도 고대 지식인들에겐 천박한 산물로 여겨졌던 것 같다. 소크라테스는 문자가 사람들 기억력을 감퇴시킬 것이라며 글쓰기를 혐오했던 인물로 유명하다. 산업혁명 초기 기계파괴운동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 멀리 갈 것도 없다. 스마트폰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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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영국에서 벌어졌던 기계파괴운동(Luddite) / 출처=위키피디아

 

니콜라스 카는 이 ‘두려움’에 대해 움베르토 에코가 1996년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한 강연을 예로 들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새로운 기술적 성과가 우리가 소중하고 생산적이라고 여겼던 것, 그 고유한 가치를 가지며 매우 영적인 것이라고 여겼던 무언가를 없애거나 또는 파괴할 것에 대한 두려움'(니콜라스 카 저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

지난달 매일경제신문이 주최한 세계지식포럼 마지막날 제프 자비스 뉴욕시립대 교수는 ‘구글이 만드는 세상’ 세션에서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테크노패닉(Technopanic)’으로 규정했다. 테크노패닉은 기술에 의한 부작용을 과도하게 극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아이들이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포르노만 본다는 주장이나 젊은이들이 온라인 게임 중독에 빠졌다며 개탄하는 것 등이 그 예다.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사회 풍조라든가 중세 유럽 십자군 전쟁이나 마녀사냥 등과 같은 ‘도덕적 공황(moral panic)’과 개념적으로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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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식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는 제프 자비스 교수 / 출처=매일경제신문

 

앞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이같은 테크노패닉은 인류 문명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해 왔다. 1890년 코닥에서 사진기를 처음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이 요상한 기기를 공포스러워 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사진 찍히는 게 두려웠다. 아마도 자신의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보가 처음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성은 전보에 접근하는 게 금지됐다. 여성들이 어지러운 세상사를 알게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뉴욕타임즈는 사람들이 굳이 전보를 통해 소식을 빨리 알 필요가 있느냐는 내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사람들이 정보를 접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 것이다.

스위스 박물학자이자 서지학자인 콘라트 게스너(Conrad Gessner, 1516~1565)는 아마도 정보의 위력을 가장 먼저 경고한 학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엄청난 정보량에 압도당하면서 인간의 정신세계가 심각하게 손상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요즘 미디어들이 우려하고 있는 빅브라더 세상을 16세기 학자가 이미 지적했던 것이다.

이런 두려움은 현대에도 여전하다. 새로운 기술은 불편하고 두려운 존재다. 이제 사람들은 영화 속에서나 봤던 로봇과의 경쟁, 일거수 일투족이 감시당하는 빅브라더 사회를 진정 걱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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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네이터’의 한 장면 / 출처=google image

물론 테크노패닉 비판론자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고 말한다. 코닥 사진기가 처음 나왔을 때와 달리 요즘은 누구나 사진 찍는 것을 즐거워 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구텐베르그 인쇄술이 인류의 지적 수준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계와 빅데이터도 종국엔 인류 문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이들은 확신한다. 그래서 가능한 신기술 도입을 막는 규제와 낡은 관습을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 등장으로 인해 늘어나는 일자리보다는 오히려 사라지는 직업이 급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미국 정보기관의 이메일, 휴대폰 감청 소식을 접하고 나면 과연 인간이 로봇, 빅데이터와 어울려 생존할 수 있는 지 의문이 든다. ‘제2의 기계시대(The Second Machine Age’ 저자 앤드루 맥아피 MIT 디지털비즈니스센터 수석연구원은 기술이 중산층을 사라지게 하고 0.01% 상류층이 부를 싹쓸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인간을 살해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할(HAL9000)’이 나타날까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 과연 사진과 인쇄술을 처음 접하고 두려워하던 그때 그 모습과 마찬가지일까?

hoochoo About hoochoo
후추는 맛보다 향이다. 눈물 날 정도의 얼얼함보다 부드럽게 식감을 자극하는 그 향기로움을 좋아한다. 미디어에서도 이런 은은함을 찾아볼 수 있을까? black pepper가 아니라 hoochoo라고 한 이유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