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il씨는 남친 없어?”
“네? 아. 네. 없어요.”
“왜 없어?”

또 시작이네. 또 시작이야.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개인의 역사, 교우 관계, 성격, 성향, 내면의 특질을 스캐닝하고 반드시 그 이유를 찾아야 할 것 같은 압박에 침만 삼켜도 사레가 들릴 듯 하다.

언제부터 우리는 혼자인 것을 해명해 온 걸까. 이 사회에서 혼자라는 것은 불완전한 어떤 것이라 완전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완전해질 계획을 천명해야만 한다. 혼자인 이유를 묻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개입이며, 개입을 거절하는 건 어렵다.

KakaoTalk_20141001_114153359

<출처: 네이버 웹툰 ‘독신으로 살겠다’ 중>

미디어의 태도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혼자임에 대한 해명은 결혼적령기의 연예인, 스포츠 스타, 공 인 등 그 누구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관문이다. 아무리 많은 말이 오가도,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건 ‘결혼 안하는 이유’‘결혼은 아직’등의 문구다.

——————————————————————————————————————————————

류현진은 이어 비 시즌동안 예정된 소개팅이 있는지 묻자 단호하게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다소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작년에도 선배들이 시켜준 것이 없다”면서 “올해도 그런 얘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 계획에 대해선 “아직 할 마음이 없다. 좀 더 있다가 몇 년 후에 생각할 것이다”고 말을 아꼈다.

류현진의 비시즌 계획은? “소개팅 약속 없어, 결혼은…” 2014-10-21 뉴스1  http://news1.kr/articles/?1914503

——————————————————————————————————————————————

한 방송국의 아침교양 프로그램에서는 노총각·노처녀스타가 결혼 ‘못’하는 이유를 한 꼭지로 다뤘다. 방송 속에서 그들은 눈이 너무 높고, 철이 없었으며, 가족사와 슬픈 개인사를 지닌 사람들이 되어있었다.

A201305130198_1_59_20130513105613

<출처:  MBC  ‘기분 좋은 날’ 캡쳐>

포털 검색만 해봐도, 결혼이나 연애를 ‘못’하는 혹은 안하는 이유는 헤드라인의 단골 소재다.

제목 없음

<많은 이들이 혼자임을 해명하고 이는 기삿거리가 된다;  출처: 네이버 뉴스검색>

미디어가 개인에게 ‘혼자임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국민의 알 권리 충족? 혼자인 이유가 국민의 알 권리와 직결되는 중대한 이슈라면, 누가 좀 현 대통령에게 물어봐 달라. 혹시 정부의 출산장려 시책에 따라 결혼을 부추기기 위해? 미디어가 무슨 보건복지부 대변인실도 아니고.

결국,‘오지랖 부리기 좋아하는 국민 정서를 미디어가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란 생각에 무게가 실린다. 개인의 연애, 결혼 등은 지극히 사적인 일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공적 영역에 두고 개입하려고 한다. 미디어는 말리지 않는다. 오히려 부추긴다. 혹여, 그런 질문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지 않나요? 라고 되묻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까지 그 누구도 현 대통령에게 ‘혼자임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지 않은 이유를 생각해보길 권한다.

프라이버시권은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개인의 숭고한 권리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는 인간의 존엄성 유지와도 연결되는 소중한 영역이다. 프라이버시가 알 권리와 충돌했을 때,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공공복리에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무조건 존중되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보호해주는 성숙한 사회에선 ‘혼자’라는 상태 또한 해명이 필요 없는 개인의 일부분일 뿐이다.

이런 글을 쓰더라도 향후 몇 년간은 ‘왜 없어?’공격을 피하긴 힘들 듯 하다. 명절만 되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 안의 오지랖은 그 뿌리가 깊다. 저널리즘의 가치를 수호하는 미디어마저도 ‘왜 없어?’에 대해 별 문제의식이 없어보인다. 당장 기자들에게 질문하지 말라는 주문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사소하게, 관례적으로 던지는 질문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 없이 반영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았음 한다. 미디어가  ‘혼자임을 해명해야만 하는 사회’를 공고하게 하는 데 일조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basil About basil
어리고 작은 바질잎. 요리에 솔솔 뿌리면 상큼하고 새초롬한 맛이 더해지지요. 젊고 신선한데 유통기한 까지 긴 글. 조심스레 톡톡톡 뿌려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