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소비와 지불

우리는 이미 공짜로 많은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다. 지상파TV가 그렇고 라디오가 그렇고 Btv mobile이나 olleh tv mobile이 그렇고 MILK나 비트뮤직이 그렇다. 철지난 영화가 그렇고 지하철 입구에서 나눠주는 신문이 그렇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단서조항이 붙는다. 지상파방송들은 직접 안테나를 뽑아 이용할 때 그런 것이지 유료방송을 통해 보려면 돈을 내야 한다.(이 부분에 대해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상파채널들이 별도로 돈을 내느나 아니냐 따지면 헛갈릴 수도 있는 문제지만 지상파채널만 무료로 보겠다면 과연 그게 가능한지 따져보면 분명히 유료매체의 핵심 메뉴며 유료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Btv mobile이나 olleh tv mobile도 SKT 고객이거나 KT 고객이어야 하고 그것도 특정 요금제 이상 가입하고 있어야 공짜다. MILK는 애플이나 LG 단말기 사용자들이 공짜로 이용할 수 없으며 철지난 영화도 극장에서 상영하면 공짜가 아니다. 이렇듯 공짜 콘텐츠들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공짜가 아니라 공급자가 정한 틀 내에서 공짜일 뿐이다. 또 한 단계 깊이 들어가보면 그마저도 공짜가 아니다. 왜? 뭔가 이용자들이 지불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누구나 공짜로 알고 있는 지상파 콘텐츠들도 사실 (모르고 또는 억지로) 수신료를 내거나 광고를 시청하면서 상당한 시간을 제공하면서 이용하는 것이지 정말 아무 조건 없이 공짜는 아니다. 통신 서비스 역시 무조건 공짜인 듯 보여도 장기 가입에 따른 대가가 따른다.(아! 약정 노예!) 따라서 거의 대부분의 콘텐츠는 공짜가 아니며 지능화된 지불수단 때문에 공짜로 착각할 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상기하게 된다.

quote-there-s-no-such-thing-as-a-free-lunch-milton-friedman-66264-800x376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 http://www.georgiapolicy.org/wp-content/uploads/2014/06/quote-there-s-no-such-thing-as-a-free-lunch-milton-friedman-66264-800×376.jpg

 

눈알 모으기

돈을 의미할 때 흔히 엄지와 검지 또는 중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인다. 동전 모양이다. 그런데 난 눈알(eyeball)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언제?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이야기할 때. 매스미디어의 핵심은 누가 이 눈알을 많이 모으느냐였다. 타블로이드부터 신문을 거쳐 최근 인터넷 기반 매체에 이르기까지 성공 판단기준은 구독자수였고 지상파TV에서  OTT까지 성공 판단기준도 커버리지와 시청율이었다. 눈알이 많이 모일수록 돈이 되었고 영향력이 컸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 눈알을 모으기만 하면(최근에는 그 수를 입증해야 함) 광고주가 대신 지불해주는 덕에 각 눈알(들) 주인들은 공짜로 원하는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점점 광고주들의 대불(代拂)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 되었다. 눈알 모으기 판을 벌이는 경쟁자는 늘어나 한정된 눈알들을 빼앗아갔다. 또 그 전에는 불가능했던 방법이 기술발전으로 가능해지면서 눈알 주목도가 분산되었다. 이동 중에는 라디오만 들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영상을 볼 수 있게 되고 그 시간 지나가면 못보는 줄 알았는데 아무때나 볼 수 있게 되면서 생방송을 해도 모이는 눈알들 수가 예전같지 않게 되었다. 그 뿐이던가. 게임도 해야하고 친구랑 수다도 나눠야하다보니 눈알이 몹시도 바빠져 어지간한 매력으로는 붙잡아두기 어렵게 되었다. 반면 더 매력적인 볼거리를 준비해놓기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은 증가했다. 들어오는 것은 줄고 나가는 것은 느니 그 살림살이가 힘들어질 수 밖에 없었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눈알 모으기만로 광고주를 설득하는 것 말고도 돈이 될 그 무엇이 필요했다.

okay-sign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 muinsert.com

대신 돈을 내주던 마음씨 좋은 분(사실은 정반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첫번 째는 이용자에게 직접지불을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다시보기나 모바일 영역에서는 이런 시도가 먼저 도입되었는데 비싸게 받으면 기존 리니어 플랫폼이 유지되거나 아니면 새로운 수익이 커지니 손해볼 게 없었고 안 할 이유가 없어서였다. 페니에서 시작된 콘텐츠별 소비 가격은 몇 달러 수준의 월정액 상품으로 확산되었다. 또 다른 방향은 더 은근한 간접지불 형태였다. 이와 관련 크리스 앤더슨은 자신의 저술 <FREE>를 통해 Freemium 개념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오늘 이 글에서는 보다 현장 수준의 대안 모델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a. 지불수단으로서 광고

게임이나 프로그램 판매 모델에서는 이미 적용 중인 것으로 무료로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광고를 보는 방식이다. 아직은 서비스 제공 사업자가 정한 패키지 중에서 유/무료를 고르는 방식이지만 각 개별 서비스별로 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방금 끝난 흥미로운 드라마를 다시보려하자 1,500원을 내야 한다고 결제창이 뜬다. 그런데 1,500원을 꼭 진짜 돈으로 낼 필요는 없다. 광고 옵션을 클릭하니 스크롤 바가 뜬다. 가장 왼 쪽은 광고가 하나도 없지만 1,500원을 내는 선택이고 맨 오른 쪽은 광고를 30개 보고 대신 한 푼도 내지 않는 선택이다. 그 사이를 스크롤해보면 광고 1개 보고 1,450원 지불하기부터 10개 보고 1,000원, 14개 보고 700원, 25개 보고 250원 지불하기 등 자유로운 선택지가 있다.돈이거나 광고시청을 위한 시간이거나 마음대로 고르고 마음대로 지불하면 된다. 물론 이런 모델이 정착하기엔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먼저 광고단가다. 60분 정도 드라마 한 편 보는데 30개 씩 광고를 보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이용자들은 최대 5개 정도, 그것도 앞 뒤 중간 나눠서 보는 정도가 수용 가능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런데 그러자니 광고단가가 턱없이 낮다. 동영상 광고 하나가 300원/1인 단가를 형성해야 하는데 지금 현실은 10원 미만이다.(10원이라고 쳐도 150회 광고를 봐야 되는데 누가 그러겠는가?) 그러나 아직 발전 가능성은 많다. 광고가 꼭 지금 형태일 리 없기 때문이다. 플레이어 자체가 광고거나 화면 일부를 분할해 표현될 수도 있고 다시 광고와 함께 해당 콘텐츠를 친구에게 공유하면서 대가를 지불할 수도 있다.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광고가 코인처럼 지불수단이 되고 최종 이용자가 그 지불수단을 선택할 경우 일방적 광고삽입에 비해 거부감이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이다.

b. 지불수단으로서 포인트

모든 서비스 플랫폼들은 자신의 고객을 유지하기 위해 비용을 치른다. 왜냐면 새롭게 고객을 만드는 데 비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 잡은 고객을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경우 고객 유지에 드는 비용의 3배가 새로운 고객 유치에 들어간다.) 이런 이유로 프라이드 치킨을 10번 시키면 한 마리 공짜로 주고 중국집 쿠폰을 모으면 탕수육을 먹을 수 있고 대형서점에서 결제할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하고 또 사용하고 있다. 이 고객 유지용 포인트들의 사용행태는 천차만별이다. 모 제과점 멤버쉽 카드처럼 거의 98% 소진되는 것도 있는가 하면 반대로 90% 이상 미사용으로 남아 결국 기업의 미래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 포인트를 콘텐츠 시장에 접목시키는 방법이 준비 중이다. 단지 해당 포인트를 화폐처럼 사용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과 고객 모두에게 새로운 가치를 추가해주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일정 수준 이상 A라는 회사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B라는 동영상 서비스가 공짜로 제공된다. 이렇게 B 서비스에서 공짜로 콘텐츠를 이용하게 되는 고객들에게 다시 A사 광고가 삽입된다. A사 입장에서 포인트는 소진하되 다시 자신의 마케팅 기회로 활용하는 방식이고 그 사이 B 플랫폼은 대가를 받아가는 방식이다. 물론 이런 지불수단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먼저 B라는 서비스 플랫폼이 매력적이고 널리 알려져 있되 유료여야 하며 또 각 포인트 제공사별로 광고를 달리 제공할 수 있는 판매/운행 시스템이 준비되어야 한다.

c. 지불수단으로서 후원

우리 말 표현 ‘후원’보다 영어 표현 ‘sponcership’이 더 익숙할 듯 하다. 공연이나 스포츠 중계에서는 이미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대불(代拂) 방식이다. 예를 들며 상상해보자. 모 기업이 전기밥솥을 출시한다.(편의상 이 제품을 코알라 전기밥솥이라 하자.) 그리고 동시에 다른 유료 플랫폼에 코알라 채널을 만든다. 코알라 채널은 요리처럼 제품기능과 높은 관련성이 있는 콘텐츠나 특정 출연자 중심의 드라마처럼 고객층이 선호하는 콘텐츠로 채워진다. 그리고 해당 채널에는 곳곳에 틈나는대로 코알라 후원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 또한 콘텐츠 이용자들은 공짜로 여기지만 지속적으로 지불자(payer)를 노출시키고 그 콘텐츠에 대한 대가는 지불자가 따로 내는 3각 거래 방식이다.

d. 지불수단으로서 구매

기계를 사면 서비스가 딸려오는 방식이다. 이미 차량형 네비게이션에 구현되어 있는 방식인데 단말기 가격에 이미 적정 기간의 교통정보 콘텐츠 이용권리가 포함되어 있는 식이다. 서비스 관점에서는 선불(initial-charge) 형태인데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은 공짜로 여기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말기 교체주기가 2년 미만인 휴대전화의 경우 음악이나 영상 서비스를 이렇게 포함해 판매하는 경우가 있고 단말기 교체 주기가 좀 긴 경우는 일정 기간만 선 지불해 사용하게 하고 추후 이용자가 추가 결제하거나 사용하지 않거나 선택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e. 지불수단으로서 관계

결론부터 말하면 다단계 판매방식이다. 원래 가격은 10,000원인 콘텐츠 이용대가가 친구를 추천해 회원으로 가입시킬수록 내려가는 방식이다.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이 스스로를 마케팅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경우에 따라 어뷰징하는 이용자들도 있지만 그것도 쓸만한 서비스여야 일어나는 일이니 감사해야 한다. 매우 적극적으로 추가 유료회원이나 구매까지 요구하는 방식부터 단순하게 EDM  발송용 이메일을 요구하는 방식까지 다양하지만 친구를 팔아 대신 지불하는 방식은 공통점이다.

f. 주식

이건 최종 콘텐츠 이용자에게 해당되는 틀이 아니다. 광고주에 대한 대안이다. 기존 거대기업들이 아니고 많은 스타트업 기업의 경우 마케팅에 쓸 자금이 여유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마케팅을 안 할 수도 없다. 이 때 광고를 집행하되 광고비를 플랫폼에 직접 제공하는 대신 자신의 주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플랫폼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따르기도 하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측면도 있고 무엇보다 광고주 시장을 확대할 수 있어서 긍정적으로 검토되는 방식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규제 틀이 이런 거래를 용인해야 한다.(미국은 가능하고 우리나라는 가능하지 않다.)

How-To-Get-Freelance-Clients-To-Finalize-Payment-Faster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 : digitalmined.com

 

세상에 공짜는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은 이런 지불수단의 다각화 전략에도 해당된다. 만약 어떤 유료서비스가 다양한 간접적 지불방식을 도입하게 되고 그 결과 소비자들 상당 수가 직접 지불하지 않고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는 순간 자신의 B2C 유료 플랫폼은 붕괴된다. 그리고 그 결과 마케팅 툴로서 해당 서비스의 가치 또한 하락하고 다시 간접적 지불의 매력도 역시 하락한다. 자칫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몸부림칠수록 빠져든다는 개미지옥처럼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짜의 힘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이런 독수를 사용하면 치명상을 입게 되고 맞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제가 대신 내드릴께요”라는 제안이 소비자에게는 달콤하고 콘텐츠 사업자에게는 마약같은 이유다. 돈 벌기 어렵다. 특히 돈 안 받는 것처럼 하면서 돈 벌기란 더욱 어렵다. 가짜 공짜를 진짜 공짜처럼 보이며 돈을 버는 자를 누가 이길 수 있으리..

asparagus About asparagus
asparagus 백합과 다년생 식물로 우리가 먹는 것은 4월 쯤 올라오는 새순. 아스파라거스에서 나오는 아미노산이 아스파라긴산. 우리에게는 숙취해소 음료로 알려졌지만 아스파라긴산은 숙취 뿐 아니라 피로도 풀어주고 체력도 강화해주는 건강식품. 비록 혼자서는 밍밍한 재료지만 베이컨, 토마토, 고기, 파스타 등과 어울리면 보기도 좋고 향도 좋고 무엇보다 몸에 좋은 아스파라거스처럼 어울림 속에서 듬직한 가치를 제공하는 새순이 되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