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2회의 시청률이 5.8%로 파죽지세다. 수도권은 8.2%까지 올랐다니 ‘나영석표’ 예능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연급 출연자보다는 ‘나영석’에 대한 믿음으로 첫방송을 봤다는 게 중론이다. ‘정말 별 거 없는데 재미 있다’고도 한다. 궁금해진다.  <1박2일>에서 <꽃보다..> 시리즈에 이어 이번 <삼시세끼>까지 나영석 피디는 어떻게 이런 성공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f130574202146656000(0)121205_50be8c711712b

손자는 <<손자병법>>에서 전쟁에서 이기려면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이 있어야 한다 했다. 민심을 얻고, 때가 맞아야 하며, 내가 있는 곳의 지형을 파악하고, 유능한 장수를 구하고 원칙을 세워 운영하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나영석 피디의 성공 요인을 짚다 보니, 그는 이 다섯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1. 부족하고 약한 사람들 – 도道

출연자는 항상 조금 모자라거나 약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사실이 그럴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도 없고 어느 한 구석 모자라지 않은 사람도 없으니까. 그러나 이렇게 출연자의 모자란 구석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레 시청자를 높이고 프로그램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진다.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하고 측은지심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마음이 사람을 무장해제시키고 수용하게 만든다. 민심을 얻는 것이다. 김태호 피디의 <무한도전>도 그런 맥락에 있다.
시청자들은 왠만한 건 이미 받아 들이고 웃을 준비가 되어 있다. 발을 구르며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과 팔짱 끼고 ‘어디 너 한번 해봐라’는 관객 앞에서 하는 공연이 얼마나 다를지는, 별 돈 안 되는 우리 나라에 자주 방문하는 세계적인 뮤지션들을 봐도 알 수 있다.

20131130000008_0

39030_87454_121

2. 여행과 멘토 – 천天

<꽃보다..> 시리즈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이 제작진들이 던지는 ‘질문’이었다. 상대의 반응과 대답을 이끌어내는 질문엔 따뜻함과 인간적인 깊이가 있었다.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거나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이런 질문, 아무나 못한다. 사람이 성숙해야 한다. 왜 사람들이 ‘멘토’를 찾고 ‘심리학’을 찾겠나. 사람사는 ‘관계’만큼 중요하고 일상인 게 있을까.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보다, 어떤 관점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느냐가 정말 중요할 때가 더 많다. 이런 이야기를 여행을 하면서 한다. 사람이 성숙해지는 가장 좋은 경험, 집 떠나는 여행 말이다.  나영석 피디가 지금까지 일관되게 다룬 소재가 뭘까? 바로 여행과 사람 이야기다. 그리고 그 두 가지는 역사적으로 사람들이 항상 보고 싶어 하고 듣고 싶어 한 이야기다.

꽃할배_신구옹의_명언2-1

12

3. 출연자를 장악한 나영석 포맷 – 지地

내게 최근 지상파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 제작 과정을 조금 가까이 들여다 볼 일이 생겼다. 가장 놀라운 것은 출연자들의 스케줄이 엄청나게 자주 변한다는 거였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겪은 경우가 가장 안 좋은 축에 속할 수도 있겠으나, 이 똑똑한 사람들이 왜 이런 저효율 고비용 방식으로 일을 할까? 제작진은 촬영 전날까지도 다음 날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고, 당일 일정이 변경되기도 했다. 주요 출연자의 일정이 맞지 않아 2시간 만에 옷을 세 번 갈아 입으며 한 회분 촬영을 해야 했고, 재촬영이란 있을 수가 없었다. 카메라가 한번 돌아가면 그걸로 끝. 촬영 한번 할 때마다 최소 30명에서 70명의 대식구가 움직인다. 촬영 일정이 변경되면 거의 모든 일을 다시 해야 한다.

좋은 출연자를 확보하는 것보다 출연자의 시간을 장악해서 퀄리티를 뽑아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람이 나영석 피디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을 보자. <1박2일>은 고정 멤버를 데리고 지방으로 1박2일을 떠나버린다. 멤버들이 아예 다른 일정을 잡을 수가 없다. <꽃보다..> 시리즈를 보라. 해외로 데리고 나간다. <삼시세끼>는 어떻고. 핸드폰을 뺏고 출연자들의 시간과 공간을 확실하게 장악한다. 아예 포맷으로 방송 제작 환경을 장악하고 출발하니,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출연자들의 집중도가 높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이 된다.

mydaily_co_kr_20130628_172056 1박2일 2014101414255311261-540x765

2시간 만에 옷 세 번 갈아 입으며 한 회분을 촬영한 프로그램과, 출연자의 시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집중하게 만드는 프로그램 중 어느 쪽의 성공 가능성이 높겠나? 출연자의 시간을 장악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거다. 어렵기 때문에 못한 사람이 많은 거고, 나영석은 그걸 해결했기 때문에 다른 장점과 더불어 기록적인 시청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본다.

4. 출연자에 집중 – 장將
그의 프로그램은 출연자 개인에 대단히 집중한다. 그 사람의 말투, 성격을 파고들고 이해한다. 집요하다. 자연스레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따뜻한 시선으로 설명해준다. 관점이 따뜻하다는 게 중요하다. 누군가에게 이해받는다는 건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 이런 태도가 출연자를 편안하게 만들고, 신뢰감을 준다. 출연자가 피디를 신뢰하는 게 시청자에게도 전해진다. 그 느낌이 전해지고 전해진다.

나영석-이서진-꽃보다-할배-현장토크쇼-택시

 

5. 원칙을 밀어붙여 – 법法
나영석 피디가 빠지고 <1박 2일>이 재미없어 진 적이 있다. 난 그 이유가 ‘원칙’을 얼마나 강력하게 밀어부쳤느냐의 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전 피디들은 출연자와 타협하고 편하게 가기도 했다. 그래서 긴장이 확 떨어졌다. 새로 투입된 유호진 피디가 한 것은 겁이 나서 벌벌 떨면서도 타협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350화 ‘괴산의 난’ 편과 같이 고생을 참다 못해 멤버들이 도망가는, 예능다운 예측불가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10501193603517

 

 

1박2일무단이탈

편집을 잘 한다거나, 배경 음악을 잘 골라 활용하는 것은 완성도를 높이는 또 다른 장점이겠다. 그래도 위에 설명한 도천지장법이 없었다면 아무리 편집을 잘 하고 좋은 음악을 골랐어도 프로그램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삼시세끼> 게스트로 다음엔 누가 나올지 궁금하다. 나영석 피디의 활약을 앞으로도 재미있게, 기대하겠다.

 

bacon About bacon
베이컨은 돼지 옆구리살이다. 베이컨의 품질은 지방질이 좌우한다. 옆구리살의 지방은 게으름이나 여유가 몸에 물질화한 거다. 문화도 여유에서 나왔다. 베이컨은 내 생각의 지방, 나란 돼지의 옆구리살을 저며내어 산업사회가 준 기술과 향신료에 버무린 고기다. 팍팍한 나를 풍요하고 여유롭게 만드는 먹을거리다. 아무 토핑이나 얹고 깔고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