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Topping

맛있는 미디어, 미디어토핑.

단골국수집에서 배우는 스타트업 성공 방정식

나는 유난히 국수를 좋아한다. 메밀로 만든 막국수에서 시작해서, 칼국수, 냉면, 우동, 라면 등등 종류도 가리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것은, 멸치장국을 끓여서 만든 소면이다. 일명 잔치국수.

지난해 사무실을 논현동으로 옮긴 후 맛있는 국수집을 발견했다. 이백소면. 전주에 유명한 콩나물국밥집 ‘삼백집’ 처럼 그날 그날 준비한 재료로 맛있는 국수 이백그릇만 팔겠다는 약속이 담긴 이름이다.

2014-03-26 15.16.12

이백소면의 대표 메뉴 어묵국수(좌)와 비빔국수(우)

 

워낙 국수를 좋아하는데다 사무실 부근이어서 나는 곧 이백소면의 초특급 단골이 됐다. 자주 갈때는 일주일에 삼일을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개업한지 한 달쯤 되었고 교회에서 만난 ‘자매님’들끼리 마음 맞춰 국수집을 열었다는 창업 스토리를 알아낼 정도로 ‘공동 창업 자매님’들과 친분도 나누었다.

 

폭발적 성장 (시장확대)

내가 처음으로 이백소면을 발견한지 불과 한달도 되지 않아 이백소면에는 점심시간에 일찍 가지 않으면 자리를 차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이 몰렸다.

비결은 깔끔한 국수 장국에 있었다. 통영에서 직접 최상급 멸치를 공수해온다는 것이 주방을 맡은 아주머니의 자랑이었다. 기본 육수 베이스에 파와 어묵 몇 개 띄워주는 국수인데도 워낙 장국이 맛이 있으니 모자랄 것이 없었다.

조금씩 손님이 늘어난다 싶었는데, 어느 날 김밥 스테이션이 들어섰다. 또 다른 자매님이 김밥 담당으로 합류한 것이었다. 요즘 유행 스타일로 굵직한 김밥에 재료들이 풍성하게 들어간 김밥은 맛이 훌륭했다. 국수만 시켜 먹던 손님들이 국수에 덤으로 김밥까지 주문을 했으니 손님당 매출도 늘어났을 것이다.

김밥의 등장으로 이백소면은 급격하게 손님이 늘었다. 한, 두번 자리가 없어 돌아서 나오면서 ‘대박을 치는’ 단골집의 승승장구에 괜히 기분이 좋았던 적도 있었다.

 

2014-04-02 11.58.08

이백소면의 성장을 이끈 김밥

 

김밥 아줌마와의 불화 (조직 관리의 문제)

그런데 손님이 늘면서 어느날인가부터 이 식당에서 밥을 먹는게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몰리다 보니 자리선택 권이 좁아지고 자리를 안내 받게 되는 것 정도는 참을 수 있었는데 종종 주문이 꼬여서 음식 나오는 시간이 늦어지거나 순서가 뒤바뀌거나, 심지어 ‘크림치즈 김밥’을 시켰는데 ‘참치 김밥’이 나오기도 했다. 사소한 실수는 단골의 마음으로 이해를 할 수도 있건만, 기분이 안좋았던 것은, 실수로 시키지도 않은 참치 김밥을 가져다 주며 다시 주문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그냥 먹으라는 식의 태도 였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워낙 국수와 김밥이 맛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다니기도 했는데, 오래지않아 결국 사건이 벌어졌다. 어느날 국수집에 들어섰는데 김밥 스테이션이 없어졌다. 메뉴에 김밥이 지워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정을 알고 보니 뒤늦게 합류했던 김밥 자매님과 원래 창업자 사이에 불화가 있었던 것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웬만하면 김밥 스테이션은 그냥 둘 법도 했는데, 장비까지 빼고 그만 둔 것을 보면 감정적인 문제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김밥이 없어지자 자연스레 손님도 줄었다. 나만 하더라도 이백소면에 들르면 김밥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덩그러니 빈자리가…     (침체기)

더욱 좋지 않은 것은, 김밥의 빈자리를 손님들은 절실히 느끼는데 비해 정작 운영하는 분들은 별로 크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손님이 오지도 않는데 2명이 4명 테이블 차지하는 것을 막았다. 아직 자리가 많이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 작은 국수집 테이블 기준으로는 4명 테이블에 2명이 앉아도 엄청 크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말이다). 여전히 음식이 늦게 나오기도 했고 꼬여서 다른 음식이 나오기도 했다. 주문을 하고도 꽤 시간이 지나서 다시 와서 주문을 확인하는 일도 있었다.

나라도 서비스 매뉴얼을 짜주고 싶은 마음이 불쑥불쑥 들었다. 물론 나는 서비스 매뉴얼을 짜주는 대신 다른 국수집을 찾기 시작했다. 점차 발길을 멀리하기 시작했더니 점심 메뉴로 연상되는 일도 적어져 몇 달을 가지 않게 되었다.

 

전력을 가다듬고 새출발 (재정비)

최근 들어, 정말 오랜만에 이백소면을 다시 찾았다. 반갑게도 김밥 메뉴가 다시 있었다. 이번에는 김밥 종류를 열 개 정도로 늘렸다. 야채김밥부터 시작해서 불고기, 크림치즈, 호두 등등 다양한 김밥들이 선보였다.

게다가 ‘야채 잔치’ 와 같은 콤보 메뉴도 선보였다. 야채김밥과 잔치 국수를 함께 주고 가격을 1천원 정도 할인해서 파는 것이었다. 당연히 야채 잔치를 시켰다. 식당 한켠에 라디오를 틀어 놓아 잔잔한 음악이 흐르게 했고 뭔가 정리된 서비스로 변신을 한 것이다.

아주머니들의 친절도 돌아왔다. 잠깐의 정지 화면이 있은 후 다시 활기차게 돌아가는 동영상을 본 듯한 느낌. 아, 단골집의 부활! 너무 반가웠다.

 

이백소면이 일년간 부침을 겪는 동안, 내가 시작한 새로운 사업도 난항을 겪으며 이제 갈피를 잡아가고 있다. 이백소면을 보면서, 나는 아마도 내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가졌던 것같다. 단골국수집이 내게 말해준 ‘스타트업의 성공 방정식’을 정리해 보면 대략 다섯가지를 꼽을 수 있다.

 

  1. 성공여부는 제품에서 나온다. 이백소면의 성공은 ‘맛’에서 시작됐다. 좋은 재료로 육수를 내니 국물이 맛있는 국수가 만들어졌고, 거기에 함께 먹을 수  있으면서 역시   맛이 좋은 김밥이 어우러지면서 (제품 라인업) 성장 가도를 달리게 됐던 것이다.
  1. 조직이 불안하면 회사 망가진다. 하지만 김밥 자매님과의 불화로 김밥 메뉴가 사라지는 등, 인력 관리에 문제가 생기면서 위기 상황이 닥쳐왔다.
  1. 공동 창업자간의 불화는 커다란 위험요소이다. 특히 ‘김밥’이라는 지분을 가진 동업자가 김밥 스테이션 자체를 빼버리자 위기는 더욱 심각해졌다.
  1. 성장할 때 자만하기 쉬우니 조심하자. 제품이 좋아서 소비자들이 계속 찾게 되자 그만, 자만하게 됐다. 크림치즈 김밥 대신 참치 김밥을 주어도 역시 맛있다고 먹겠지… 하며  손님을 대하면 큰일난다.
  1. 고난이 닥쳐도 헤쳐나갈 방법은 있다. 손님이 줄어든 위기 상황에서 이백소면 창업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문제점을 분석했을 것이다. 그리고 ‘김밥’의 부활과 서비스 강화라는  중요한 지점을 찾아 냈다. 문제를 진단하고 원인을 찾아내면 꼭 방법은 있다. 김밥 메뉴를 부활시키고 (심지어 종류도 늘리고) 세트 메 뉴를 만들어 고객들의 선택을 유도하고, 이렇게 함으로써 야채김밥이 많이 팔릴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고 예측이 가능하면 미리 준비 를 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서비스 질을 높일 수도 있다.

 

arugula About arugula
달콤함을 더욱 간절하게 원하기 때문일까요? 특이하게도 쓴 맛을 좋아합니다. '루꼴라'로 알려진 Arugula는 쌉싸르한 풍미와 함께 건강한 느낌을 전해주는 풀이어서 제가 아주 좋아하죠. Arugula 처럼 신선한 얘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 »

© 2017 MediaTopping. Theme by Anders Noré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