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네이버에서 <송곳>이라는 웹툰을 보게 되었다. 단숨에 35회까지 읽어내려갔다. 스토리의 흡인력이 대단하다. 집 근처 가까운 대형 마트에서 일하던 비정규직의 파업을 꽤 오랜 기간 목격한 적이 있기에 가슴이 아려 왔다. 미생도 지인의  추천을 받아 출판된 만화책을 읽어버렸다. 어릴 적에도 만화를 별루 즐겨보지 않았는데 나이 들어 웹툰을 보고 있다. 소설이나 영화에 못지않은 스토리에 빠져들면서 웹툰의 매력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웹툰을 잘 모르는 비전문가이지만 웹툰 시장은 콘텐츠 와 플랫폼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내게 있어 매우 흥미로운 분야이다. 웹툰이 게임, 음원, 방송콘텐츠와 다른 강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웹툰 시장은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까?

웹툰이 만들어지는 제작 시장 구조는 무한 경쟁인 듯하다. 게임이나 음원 역시 공급 시장이 무한 경쟁 구조에 가깝지만 고품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해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대형 게임 개발사나 대형 기획사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웹툰은 작품 수가 많은 건 동일하지만 제작 시스템에 차이가 있다. 대체로 1인 작가 시스템이다. 강풀, 윤태호, 하일권 등의 프로작가군과 프로 작가의 문턱을 곧 넘을 수 있는 브랜드웹툰으로 그루핑되는 작가군도 형성되고 있지만 수적으로 보면 아마추어 신인 작가들의 수가 훨씬 더 많다. 포털에 연재되는 작품 가운데 프로작가들의 작품은 전체의 1/10 수준에 불과하다. 다수의 신인 작가들이 만든 작품이 웹툰 서비스를 구성하는 것이다. 신인 작가들은 별다른 진입장벽 없이 포털이 만든 공간에 웹툰을 자유롭게 올리고 독자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주기적으로 찾는 독자를 위해 일정한 편수 이상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만 업로드가 되지만 그 정도는 그리 까다로운 진입장벽이라고 볼 수 없다.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그림과 글을 분리하여 웹툰을 만드는 작가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작가 혼자 작업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제작 과정에서 자본의 때를 크게 타지 않아서 그런지 웹툰의 가장 큰 매력은 신선하고 다양한 소재이다.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바쁘게 사는 현대인의 일상생활의 여러 단면을 담담히 혹은 유쾌하게 담아내기도 하고 환타지물이나 19금 성인물도 있다. 방송에서 다루지 못한 금기시되던 소재도 간간히 목격된다. 정치성이 다분한 무거운 소재도 아주 담담하게 그려낸다. 방송에서 콘텐츠 심의가 강화될수록 독자는 다른 창구를 찾게 되는데 웹툰에서 그런 소재의 작품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웹툰 원작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시대성을 담아내는 울림이 있는 콘텐츠는 장르의 형식을 뛰어넘어 타 매체로의 확장성도 커진다.

 

흥미로운 점은 웹툰의 제작방식이다.

웹툰 작가들은 출판만화를 단순히 e-book으로 변형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용자들이 접하는 웹의 특성에 맞추어 표현한다. 출판만화가 책장을 넘기며 왼쪽 화면에서 오른 쪽 화면으로 시선이 옮기는 것을 고려하여 제작되듯이 웹툰은 아래로 스크롤하며 읽는 WEB에서의 이용 특성을 고려하여 그려진다. 마우스를 클릭할 경우 페이지가 넘어가기도 한다. 담아지는 용기에 따라 콘텐츠의 표현 방식이 변형되고 있다.

포털은 웹툰 작가에게 매주 연재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에피소드를 10개 이상 확보한 작가들만 연재를 시작하기도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웹툰 작가들은 그 수많은 컷을 어떻게 매주 연재할 수 있을까? 비법은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인물의 동작이나 장면을 활용하는 것이다. 웹툰은 출판 만화와 다르게 인물이나 배경을 섬세하게 표현하지 않고 과감하게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출판 만화가들도 웹툰에 뛰어들고 있지만 웹툰의 속도, 1주일마다 많은 컷을 그려내야 하는 압박감 때문에 돌아서는 경우가 가끔 있다. 오히려 이전에 만화 작업을 해본 적이 없는 신인 작가들은 새로운 제작 방식에 쉽게 적응한다.

앞으로 웹툰 시장이 더 커질수록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콘텐츠 관리 시스템(Contents Management System)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CMS가 도입되면 콘텐츠의 재목적화나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2차 저작물을 쉽게 변형시킬 수 있다. 웹툰의 제작 방식은 다른 장르의 콘텐츠와 달리 CMS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포털이 독점하는 유통 플랫폼

 

네이버웹툰

<네이버 웹툰 홈페이지 이미지>

 

독자들은 대부분의 웹툰을 포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웹툰이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포털의 역할이 크다. 네이버웹툰에 연재가 완결된 작품수는 320개, 다음 웹툰에 연재가 완결된 작품 수는 403개 수준으로 다음이 다소 더 많다. 참여하는 작가수도 네이버가 368명 다음이 486명 수준이다(2014년 10월 기준). 트래픽 점유율로만 따지면 신인 작가들이 네이버에 연재할 유인이 더 클 것으로 보이지만 다음에 참여하는 작가가 더 많다. 다음이 일찍이 웹툰에 공을 들인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웹툰 작가에게 지불하는 원고료는 편당 35~4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광고 수익의 일부를 분배해주는 것이다. 작가에게 원고료가 지불되기 시작하면 자동으로 한쪽 플랫폼과 독점 계약이 체결된다. 다른 장르의 콘텐츠는 여러 플랫폼에 공급해서 이용할 수 있지만 웹툰은 특이하게 독점 계약의 형태가 이루어지고 있다. 플랫폼 경쟁이 치열한 이유이기도 하다.

포털의 웹툰이 광고 BM이지만 그렇다고 웹툰 서비스에 붙는 광고수익만을 포함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웹툰을 보기 위해 포털에 접속했지만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 체류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웹툰이 이용자를 포털에 유입하는 효과는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포털 입장에서 주요한 킬러 콘텐츠로 부각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웹툰의 유통을 포털이 대부분 독점하고 있지만,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뛰어나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크다. 포털의 웹툰 서비스는 이용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독자의 히트수, 체류시간 등 여러 기준으로 도전만화, 베스트도전 등으로 카테고리를 나누고 다시 장르별로 구분이 되기도 한다. 지인들의 추천으로 웹툰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포털 검색을 통해 이용자가 선별해내기도 한다. 콘텐츠가 경험재적 속성을 지니고 있어 시장 시그널이 매우 중요한데, 시스템에 추천 기능이 있을 경우 독자는 매우 유용하게 콘텐츠를 선별해낼 수 있다.

 

레진

<레진 코믹스 이미지>

 

웹툰 전문 플랫폼

포털 외에도 웹툰만 전문적으로 유통시키는 플랫폼은 레진, 티테일, 웹툰스타, 탑툰, 겜툰, 허니앤파이, 타다코믹스, 달툰 등이 있다. 이중 유일하게 유료화 모델로 시장에 유의미한 움직임을 보이는 플랫폼은 레진(lezhin.com)이 있다. 레진에 참여하는 작가수 221명, 연재되는 작품 173개 정도로 적지 않다. 뉴스 콘텐츠도 포털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데 웹툰이 이리 쉽게 벗어날 수 있다면 다른 콘텐츠도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레진이 유료화에 성공한 이유는 성인물로 콘텐츠 차별화에 성공을 보였기 때문이다. 추천 기능, 이어보기, 미리 보기, 용이한 결제 방식 등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점점 개선되고 있다. 독특한 점은 댓글 기능을 삭제함으로써 웹툰 작가들이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고 있다. 영상 비즈니스에서 활용되던 홀드백 차별화로 수익을 올리고, 작가 우대 정책으로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CJ E&M, 해외 유통 플랫폼과의 전략적 제휴도 눈에 띈다.

최근 유명 만화가 이현세의 작품 유치에 성공하면서 웹툰의 질을 높여가고 있다.  포털의 웹툰 서비스가 트래픽 유도를 통한 광고 수익 극대화에 목표를 두고 있는 반면 웹툰 전문 플랫폼은 서비스 제휴를 통한 플랫폼 자체의 확장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 왠지 레진에서 카카오의 초기 성장 과정을 보는 듯 하다.

그런데 웹툰 전문 플랫폼 가운데 레진 외에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대부분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낮은 수준이고 광고 BM으로 운영되면서 포털의 비즈니스 모델과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레진과 같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선시키고 플랫폼을 확장하지 않을 경우 소수 프로작가를 내세운 콘텐츠 차별화만으로는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다.

 

작가 에이전시의 부재

웹툰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웹툰의 콘텐츠 파워는 크지만, 전문화된 플랫폼의 서비스 모델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스마트 환경을 정확히 포착해 서비스인프라에 투자한 플랫폼 사업자의 공이 크다. 그러나 시장이 더 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동시에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전송권을 포함한 1차 저작권은 포털이 갖지만 초기 2-3년간의 독점 계약 기간을 거치면 저작권이 작가에게 넘어가게 된다. 초기 독점 계약 기간이더라도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는 작가에게 양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작가가 일일이 거래를 할 수는 없다. 만화가협회는 있지만 웹툰작가협회는 없다. 이들을 대변하여 거래할 수 있는 통합적인 에이전시가 필요하다. 웹툰 작가들이 지금은 기존에 없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에 만족하고 있지만 향후 콘텐츠 가치를 더욱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유통 플랫폼이 작가의 모든 권리를 대변해줄 수도 없고 작가의 이익만 생각할 수도 없다. 플랫폼이 확장될수록 오리지널 콘텐츠의 비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할 때 판을 제대로 만들어야 콘텐츠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spinach About spinach
엽산과 비타민이 풍부해 탈모와 뇌건강에 좋은 시금치!! 우리나라는 시금치를 나물로 즐겨 먹고 잡채, 된장국에 넣기도 한다. 비닐하우스에서 대량재배하지만, 포항초와 섬초와 같은 시금치는 자연상태에서 추운 칼바람에도 잘 자라고 찬 바람을 많이 맞을수록 단맛이 강해지는 게 사람과 비슷하다. 최근 피자위에 토핑으로 시금치가 많이 사용되는데 식감이 부드럽고 씹을수록 단맛이 커져 밀가루음식을 싫어하는 사람까지도 피자를 즐겨먹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