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최고의 히트 상품은 누가 뭐래도 <겨울왕국>이다.
열풍은 여름에도 식지 않아 아이들은 엘사의 드레스를 입고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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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에 나온 캐릭터 중 ‘한스’라는 왕자를 기억할 거다. 왕자에겐 왕국이 필요했다. 그는 열세 번째 왕자였다. 왕자는 많고 왕국은 적었다. 그래서 이웃나라 안나 공주에게 접근했으나 실패했고 모든 것을 잃었다. 그가 원한 건 왕자로서 충분히 원할만 한 것이었다. 왜 실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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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공식 사이트 캐릭터 소개 이미지

그렇다면 한스 왕자의 연적인 얼음 장수 크리스토프는 성공한 걸까? 안나 공주의 마음은 얻었다. 그러나 왕국을 얻은 것은 아니다. 왕국은 정통성이 있는 장녀 엘사의 것이다. 그는 신비한 요정도 인정할 정도의 착한 마음과 용기로 여자를(만) 얻었다. 근사한 썰매는 그의 노고에 대한 정당한 보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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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있는 평범남이 공주와 결혼해서 왕국을 갖고 왕이 되는 건 아주 흔한 옛날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막상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찾아보면 상당히 드문 스토리다. 아니, 거의 없다. 있어도 출생의 비밀로 평민이 아니라 원래 왕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왕자가 아니라면, 엄청난 시련으로 실력을 인정받거나 하늘의 뜻과 같은 불가항력이 존재한다.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를 기억하라. 평강공주의 선택으로 온달이 결혼은 할 수 있었지만, 엄청난 학습과 훈련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다음에야 왕에게 부마로 인정 받았다. 그리고 그는 부마로서 전쟁터에서 싸우다 죽었다.

이런 류의 동화에서 하늘은 주인공의 자격을 시험한다. 핏줄이 1차고, 2차가 실력(태도)이다.(핏줄이 필요 없어서 신데렐라가 신데렐라) 핏줄은 왕족뿐 아니라 평민 사회에서도 가부장제의 기득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이었다. 가부장제는사회의 근간이 되는 도덕의 기준이고, 대개의 동화는 당대 가장 도덕적인(보수적인) 정신을 반영한다. 동화에서 전달하려는 교훈은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인간상/태도’인 경우가 많다.

루마니아의 대표 동화인 <<하라프 알브 왕자 이야기>>도 전형적인 왕자의 고생 후 성공 동화다. <<하라프 알브 왕자 이야기>>는 이온 크레안거가 1877년 민담을 소재로 창작했다. 이온 크레안거에 대한 평가는 ‘사회 공존의 길잡이’, ‘고전적 작가이자 도덕가’다. 냄새가 풍기지 않는가? 자, 그럼 가장 동화적인 동화를 만나보자.

우선, <<하라프 알브 왕자 이야기>>의 주인공 하라프 알브는 왕국의 셋째 아들이다. 첫째와 둘째 아들이 두려워서 통과하지 못한 도전을 그는 통과한다. 어떻게? 그의 태도(실력)를 하늘(성 일요일 요정)이 인정하고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장남이 아님에도 황제까지 올라갈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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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판 책 표지(좌)와 지만지 책 표지(우)

그렇다면셋째 왕자 하라프 알브는 어떻게 성 일요일 요정의 마음에 들었을까? 그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당시의 시대 정신을 담은, 바람직한 그의 태도 말이다. 세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1. 불쌍한(약한) 존재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 도와주는 마음

성 일요일 요정이 허름한 노파로 나타났을 때, 주인공은 적선을 한다.

“여기있어요,할머니. 저에게서 조금 갖고 하느님에게서 많이 받으세요.”
“하느님이 보상해 주실 겁니다.” 할멈이 말했다.

주인공의 도움은 한번으로 그치지 않는다. 다리 위 개미의 행렬을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무리해서 강물을 건너거나, 벌에게 쉴 곳과 집을 만들어준다. 하찮아 보이는 생명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정성을 다한다. 결국 개미 여왕과 여왕벌이 깊이 감사하고 하라프 알브를 돕는다. 태도에 대한 보상이다.

2. 맹세를 지킨다 – 충성심

이 동화의 악역인 ‘수염 없는 남자’는 주인공을 함정에 몰아 넣고 맹세를 강요했다. 그 결과 주인공 왕자가 하인이, 하인이 왕자가 된다. 주인공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한 부당한 약속임에도, 끝까지 자신이 한 약속과 맹세를 지켰다.

많은 왕들과 황제들이 하라프 알브 앞으로 나왔다. 그 보석들을 넘겨주면 원하는 만큼 돈을 주겠다는 사람, 딸과 왕국의 반을 주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딸과 왕국 전체를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라프 알브는 조심스럽게 피하면서 계속 앞으로 길을 가 주인에게로 갖고 갔다.

3. 다르고 이상한 것을 존중하는 포용력 .

주인공이 여행 중 만나는 얼음장군, 먹깨비, 술고래 등은 보통 사람이라면 두려워 하거나 피할 존재들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였고, 성의를 다 했다. 결국 그들은 믿음과 성의 대한 충분한 보상을 주인공에게 주었다.

하라프 알브만이 아무도 화나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동료들의 일이라면 손해 보는 일이든 이익 보는 일이든 모든 것에 관여했고 모든 동료들에게 친절했다. 왜냐하면 사람이나 개에게 아무런 동정심도 없는 지극히 잔인하고 사악한 붉은 황제에게 가는 여행에서 그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www.visualart.ro 아이디 Avatar 작업, <<하라프 알브 왕자 이야기>> 등장 인물 삽화
(http://www.visualart.ro/forum/threads/5024-Harap-alb-amp-Co/page3)

1881년 루마니아는 오스만투르크로부터 독립했고 유럽의 영향권에 들면서 근대 국가로 기반을 다지는 시기였다.  당시 루마니아의 상황은 대한제국과 비슷하다. 주변 나라의 침략으로 존립이 불안정했고 전쟁과 혁명으로 혼란스러웠다. 그만큼 민족의 정체성을 공고히 다질 필요가 있었을 거다.  이온 크레안거는 그 시기에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했으며 ‘루마니아의 영혼을 표현’한 작가로 칭송받았다.

<<하라프 알브 왕자 이야기>>에서 중요하게 꼽는 태도인 약한 존재를 도와주는 마음, 약속을 지키는 충성심, 다른 것을 받아 들이는 포용력을 나열해 놓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시대가 어지러울수록 더욱 필요한 요소란 걸 깨닫게 된다. 시절이 하수상해지면 힘들 때 나를 우선하는 게 당연해지고, 내 이익에 따라 약속을 깰 수 있고, 익숙한 것만 좇으며 새로운 것을 거부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이 팍팍하고 자살률이 올라가고 상식이 통하지 않고 사회는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이온 크레안거가 동화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갖춰야 할 ‘태도’는 지금 우리에게 더욱 절실해보인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다.

끝.

bacon About bacon
베이컨은 돼지 옆구리살이다. 베이컨의 품질은 지방질이 좌우한다. 옆구리살의 지방은 게으름이나 여유가 몸에 물질화한 거다. 문화도 여유에서 나왔다. 베이컨은 내 생각의 지방, 나란 돼지의 옆구리살을 저며내어 산업사회가 준 기술과 향신료에 버무린 고기다. 팍팍한 나를 풍요하고 여유롭게 만드는 먹을거리다. 아무 토핑이나 얹고 깔고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