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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는 반공법 위반?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1597년 7월 16일 칠천량 해전에서 통제사 원균의 조선 수군이 왜군에게 전멸을 당하지만 전의를 상실한 경상 우수사 배설은 하루 전인 15일 저녁 12척의 배를 이끌고 전선을 이탈, 노량진으로 도망친다. 이렇게 해서 남게 된 배 12척, 수군통제사로 복귀한 이순신이 확보할 수 있었던 전력의 전부였다. 당시 선조는 수군이 전멸됐다고 판단, 이순신에게 바다를 포기하고 육지로 올라와 도원수 권율에게 합류할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배설의 배 12척을 넘겨받은 이순신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는 유명한 장계를 올리고 결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영화 ‘명량’이 시작된다.

이 대사를 놓고도 역사적 논란이 일기는 했지만 수많은 패러디가 나올 정도로 올 여름 한반도를 강타한 최고의 유행어였다. 이 대사가 논란이 됐던 것은 12척이 아니라 13척이라는 것. 류성룡이 쓴 ‘징비록’과 이순신이 기록한 ‘난중일기’에는 12척으로 돼 있는 반면 ‘선조실록’과 이항복이 쓴 ‘충민사기’에는 13척으로 기록돼 있다 보니 이러한 논란이 일게 된 것이다. 그나마 기록이라도 있었기에 1척의 오차를 보이고 있지만 만약 기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입으로만 전해졌더라면 어땠을까. 최소한 수척에서 수백 척의 상당한 오차를 보였을 것이다. 이처럼 역사를 정확하게 기록한다는 것은 후세를 위해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영화 '명량' 포스터

영화 ‘명량’ 포스터

신문은 오늘날 ‘난중일기’나 ‘선조실록’처럼 매일매일 일어나는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1904년에 대한매일신보로 창간됐던 서울신문은 110년 동안 역사를 기록하고 있고, 1920년에 창간해 94년 된 조선일보동아일보, 이어서 1946년에 창간된 경향신문은 68년 동안의 역사를 기록해왔다. 이들 신문 모두가 동일한 시각에서 기록하지는 않았지만 그 역시 그 당시 시대상을 반영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러한 소중한 자산이 아무런 효용가치 없이 그저 보관만을 위해 서고에서 잠자고 있다면 어떨까.

뉴욕타임스는 지난 5월 유출된 혁신보고서를 통해 디지털 마인드로 무장한 버즈피드나 복스미디어 등을 새로운 경쟁자로 인식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새로운 뉴스만 찾지 말고 1851년 창간 이후부터 쌓아온 1472만여 건의 과거 기사를 재포장해 에버그린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163년 동안 뉴욕타임스가 생산해 보관해온 과거 기사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도 중요한 경쟁우위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우리의 풍부한 아카이브가 다른 경쟁자들에게는 없는 분명한 장점 중 하나다. 이 보고서가 인쇄되는 시점에서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기사는 1472만3933개이며, 가장 오래된 기사는 185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기사들은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방식으로 재가공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최신 뉴스와 특집기사에 집중하다 보니 아카이브에 있는 기사들을 이용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창립자인 헨리 블로젯24(Henry Blodget)은 “뉴욕타임스는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뉴욕타임스는 엄청난 양의 고품격 콘텐츠에 대해 소멸기한이 없는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혁신 보고서 번역본 37페이지)

뉴욕타임스처럼 엄청난 양의 고품격 콘텐츠에 대해 소멸기한 없는 라이선스를 가진 우리나라 신문은 어디가 있을까. 앞서 언급했던 올해로 110년의 서울신문, 94년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68년 된 경향신문 외에도 60년 된 한국일보, 1965년에 창간한 중앙일보, 1966년 창간한 매일경제신문 등 수십 년 동안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신문들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과거 기사를 단지 보관용으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나마 뉴욕타임스처럼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된 경우를 찾아보기도 쉽지 않다는 것. 엄청난 양의 소멸기한 없는 고품격 콘텐츠가 서고에서 잠을 자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종이신문 그대로 말이다.

지난 2007년 NHN에서는 수백억 원을 투자해 경향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겨레신문 등 4개사 1920년부터 99년까지의 종이신문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디지타이징(Digitizing)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4개사의 과거 기사 검색 서비스가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다. 그러나 이마저도 네이버(newslibrary.naver.com)에만 존재할 뿐 4개 신문사 어디에도 디지털로 구축된 과거 기사 활용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한때 ‘피카소’라는 이름을 상품에 붙여 판매했다는 이유로 ‘반공법’ 위반으로 기소됐다면 믿겠는가. 지금의 시대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사실이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서비스를 통해 검색해보니 1969년 6월 9일 경향신문 7면, 동아일보 3면, 매일경제 3면에 실린 기사라고 나온다.

<피카소 찬양하면 반공법 위반> 경향신문 1969년 6월9일

서울지검공안부(최대현 부장검사, 김종건 검사)는 9일 상오 불란서 화가 <피카소>를 찬양하거나 그의 이름을 광고 등에 이용하은 행위는 반공법4조1항(국외공산계열의 동조 찬양, 고무)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1차로 크레온 제조업자인 삼중화학 대표 박진원씨(45)를 반공법 위반혐의로 입건했다. 또한 동사제품 <피카소.크레파스> 등의 광고를 금지시키고 판매중인 상품의 <피카소> 이름을 지우도록 지시했다. 검찰에 의하면 삼중화학은 68년10월부터 크레파스, 포스타 칼러 등을 제조, <피카소>라는 상표를 붙여 팔아왔다. 검찰에 의하면 <피카소>는 좌익화가로서 1944년 국제 공산당에 입당, 소련에서 <레닌> 평화상을 받았으며 한국동란때는 <조선의 학살> <전쟁과 평화> 등 공산당을 선전하는 작품 활동을 해왔다. 검찰은 이밖에도 코메디언 곽규석씨가 사회를 본 모 민간TV쇼 프로에서 <피카소>라는 별명의 이름을 등장시킨 제작자들을 조사하는 한편 곽씨가 좋은 그림을 보고 <피카소> 그림같이 훌륭하다고 말한 면도 캐고 있다.

경향신문 69년 6월 9일 7면에 실린  기사 캡처, 출처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경향신문 69년 6월 9일 7면에 실린 기사 캡처, 출처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이 기사를 지금의 시각으로 볼 때는 이해조차 어려운 일이겠지만 69년 당시 군사정권  시절 반공법 위반은 그야말로 곤혹스런 일이었다. 이날 이후 피카소 크레파스는 시중에서 종적을 감추게 됐고, 대신 피닉스 크레파스라는 이름으로 바뀐 후 판매가 재개됐다고 한다. 피카소라는 상표마저 기소한 반공법에 대해 비난의 소리가 잇따르자 80년 12월 국가보위입법회의는 반공법을 폐기하는 대신 그 내용을 국가보안법에 삽입시켰다.

이러한 다양한 소재들이 과거 기사에는 넘쳐나고 있다. 보물창고나 다름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신문들은 보물창고에서 보물을 발굴해 세상에 알리려 하지 않고 매일매일 새로운 뉴스만을 찾아 나서고 있을까. 자신들만이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독점적인 콘텐츠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어쩌면 매일매일 특종을 찾아 나서던 종이신문 시절의 관행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다시 영화 ‘명량’으로 돌아가 보자. 명량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어쩌면 식상한 소재이기도 하다. ‘난중일기’ 등 서고에 묵혀있던 역사적 기록을 꺼내 재해석하고 컴퓨터 그래픽 등 디지털로 옷을 입혀 식상할 수 있는 얘기를 아주 흥미롭게 꾸며 관객 앞에 내놓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현재까지 176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갈아 치운지 오래다. 김한민 감독은 아무리 식상한 얘기일지라도 어떻게 재포장하느냐에 따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줬다. 명량의 흥행돌풍은 시기적인 특성도 작용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울증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영웅의 리더십을 안겨 줬다는 평가다.

2014년 10월 대한민국은 카카오톡 등 인터넷 검열 논란으로 인터넷 공간이 뜨겁다. 정부는 사이버 검열을 계속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는 반면 여론 악화로 물러 날 곳이 없는 다음카카오는 법원의 감청 영장에도 불응하겠다고 맞대응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1969년 6월 피카소 크레파스가 반공법 위반으로 기소됐던 상황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반공법을 위반한 피카소를 서고에서 꺼내 재해석하고 디지털로 옷을 입혀 독자들에게 꺼내 놓는다면 어떨까. 이순신 장군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 있었던 듯, 신문사 서고에는 아직도 꺼내 사용하지 않은 엄청난 양의 보물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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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간식거리인 감자는 쌍떡잎식물 통화나물목 가지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삶아 먹기도 하고 튀겨 먹기도 하는 감자는 다양한 요리 재료로도 사용된다. 토핑 재료로 '딱'이라는 얘기다. 감자에는 칼륨이 많다. 칼륨은 체내에 축적된 나트륨을 제거해 주는 효능이 있다. 미디어토핑을 통해 나트륨 과다 섭취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의 건강을 위해 축적된 나트륨 제거에 힘을 보탤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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