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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가능하십니까?

러시아병사 이야기

지금 러시아가 아닌 소비에트 연방 이전 제정 러시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쌍트 페떼르부르크로부터 수천 키로미터 떨어진 곳에 러시아로 들어가는 국경에 다리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다리를 지키는 한 초병이 있었다. 비록 그곳이 온화한 기온에 평화롭기 그지 없고 다리를 건너는 사람도 별로 없기에 근무하는 데 힘들 것 하나 없는 곳이었지만 문제는 외로움이었다. 수년 동안 혼자서만 근무하게 되자(아마도 군 사령부에서 잊었을지도 모른다.) 초병은 외롭고 외롭고 외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 서슬퍼런 사령부에 감히 편지를 쓰게 된 용기도 그런 외로움 때문이었다. 초병의 편지를 받아 본 러시아 군 사령부는 (아마도 그제서야 초병이 그곳에서 혼자 근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뒤늦게 또 한 명의 초병을 그 다리에 파견했다. 이렇게 해서 두 명의 초병이 다리를 지키게 되었다. 외로움은 사라졌지만 이제 둘 사이 관계가 문제였다. 좋은 시간에 근무하고 싶고 크리스마스에 맞춰 휴가를 가고 싶은 욕망은 계급이 같았던 두 초병 사이를 심각한 갈등관계로 만들고 말았다. 둘 중 누가 보냈는지 모를 투서 때문에 지휘관이 파견되었다. 이제 셋이서 다리를 지키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대로 된 식사를 원했던 지휘관 요청으로 요리병이 파견된다. 이제 다리를 지키는 병사가 총 4명이 되었다. 그 뒤 체계적 업무처리를 위해 행정병이 추가되었고 이들의 이동을 책임지기 위해 운전병이 추가되어 러시아 변방의 다리를 6명의 병사가 지키게 되었다. 그더던 어느 날 군 사령부 감찰이 이 다리에  나타났다. 변방의 다리 하나 지키는데 6명이나 되는 병사가 너무 지나치다는 지적때문이었다. 결국 한 두명의 인원이라도 줄여야 했도 그 대상을 정하기 위한 면담이 이루어졌다. 먼저 운전병. 그는 변방 군대의 핵심 능력은 빠른 소식 전달이라며 자신의 운전실력을 강조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저는 다리를 지키는 초병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요리병 면담도 그런 식이었다. 요리도 할 수 있고 다리도 지킬 수 있다는 답이었다. 행정병도 행정처리와 함께 다리를 지킬 수 있음을 설명했고 지휘관을 교체할 수는 없다는 답까지 듣자 결국 처음 두 명의 초병이 감원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수년 전부터 다리를 지켜 온 첫 초병은 억울했다. “저는 저들이 여기 오기 수년 전부터 혼자서도 흔들림 없이 이 다리를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저더러 이제 그만두고 고향으로 가라니요?” 그러나 되돌아 온 답은 싸늘했다. “당신은 다리를 지키는 일만 할 수 있지 않소? 그런 일은 누구나 다 할 수 있으니 필요 없소!”

대체 가능하십니까?

디지털 시대다. 이제는 정말 대체 가능한 일이 많다. 어차피 1과 0으로 대체된 것이고 복사본과 원본이 구분없으니 대체라는 의미조차 무색하다. 대체될 수 있는 것들 사이에 만약 대체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이 차별성이고 존재 이유고 힘이다. 대체가능한 시대 대체가능하지 않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니 아이러니다.

미디어산업에서 예를 하나 들어보자.

여태 방송은 실시간 시청을 전제로 편성되고 송출되고 소비되어왔다. 그러다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 다변화 속에서 시간 파괴 서비스가 그 편리함을 내세워 점점 성장했고 이제는 꼭 실시간으로 방송을 볼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방송이 끝나면(때론 끝나기도 전에 나누어진 토막이) 다시보기 서비스용으로 만들어 시청자(이용자)에게 던져진다. 빨리 올리는 플랫폼이 더 좋은 플랫폼이라 여겨지고 그 중 더 빨리 올라가는 프로그램이 더 많은 매출을 가져가는 판이 벌어졌다. 그러나 그 매출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었다. 그 때를 놓치면 그 방송을 볼 수 없을 때에 비해 아무 때나 그 방송을 볼 수 있게 되면 ‘방송 낭비’가 일어난다. 어 저거 재미있겠다.. 그런데 (지금 바쁘니까.. 친구랑 메시지 중이니까.. 졸리니까.. 등) 나중에 봐야지. 그런데 볼 게 어디 그것 뿐인가.. 나중에 보려 했던 것보다 재미있는 것이 많으니 미뤄둔 시청은 허공에 날아가버리고 만다. 유보가 낭비로 바뀌어 결국 총소비량이 줄어든다. 그 뿐 아니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는 10시 대 지상파 3사 경쟁 구도 속에서 하나를 골라 실시간으로 시청한다. 이어 11시 대에는 발빠르게 올라 온 다시보기 서비스를 통해 차선으로 밀렸던 드라마를 시청한다. 이런 사람에게  11시대 실시간 방송은 없는 거다. 예전에 타 사 프로그램과 경쟁했다면 지금은 자사 프로그램과도 경쟁하게 된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저런 서비스가 나왔지만 방송사 매출은 늘지 않고 오히려 뒷걸음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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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반성의 움직임도 있다. 11시에 끝난 드라마를 바로 올리지 말고 서너 시간 뒤에 올리거나 다음 날 올리자는 주장이다.

그러면 될까? 이 때 스스로 물어봐야 할 질문이 바로 대체 가능성이다. 대체 가능하지 않다면 콘텐츠 홀더에게 칼자루가 있는 셈이다. 서너 시간을 늦추건 하루를 늦추건 조절하고 싶은대로 하면 실시간 시청이 덜 무너지고 다시보기 수익도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대체 가능하다면 어떨까? 그 경우 칼자루는 소비자(시청자)에게 있다. 늦게 올라 온 걸 볼 이유가 없다. 먼저 올라 온 것으로 충분히 재미있거나 유익한 TV 시청이 가능하니까.

아직 답을 찾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체 가능하십니까?” 이 질문이 그렇게 간단한 질문이 아니어서다. “대체 가능하십니까?” 이 질문 앞에 들어갈 단어가 구체적이면 대체 가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왔다 장보리’는 대체 가능성이 낮고 ‘드라마’는 중간이고 ‘재밌는 거’는 대체 가능성이 높다. ‘손석희의 뉴스룸’은 대체 가능성이 낮고 ‘방송뉴스’는 중간이고 ‘뉴스’는 대체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시대. 살아남을 콘텐츠 전략을 “대체 가능성 여부”에서 찾아야 할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당신의 콘텐츠는 “대체 가능하십니까?” 그렇다면.. 대체 될 것입니다. I’m sorry.

결이 같아보이는 글들

독점의 경제학(1) 구글은 경쟁하지 않았다.

독점의 경제학(2) 경쟁에서 못 벗어난 실패자들

 

 

asparagus About asparagus
asparagus 백합과 다년생 식물로 우리가 먹는 것은 4월 쯤 올라오는 새순. 아스파라거스에서 나오는 아미노산이 아스파라긴산. 우리에게는 숙취해소 음료로 알려졌지만 아스파라긴산은 숙취 뿐 아니라 피로도 풀어주고 체력도 강화해주는 건강식품. 비록 혼자서는 밍밍한 재료지만 베이컨, 토마토, 고기, 파스타 등과 어울리면 보기도 좋고 향도 좋고 무엇보다 몸에 좋은 아스파라거스처럼 어울림 속에서 듬직한 가치를 제공하는 새순이 되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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