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토핑이 탄생한 10월 1일, 뉴욕타임스는 100명의 인원 감축 의사를 피력했다. 자발적 퇴사의 형식을 취하겠지만, 희망자가 적을 경우에는 강제 해고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인원 감축에 유독 민감한 국내 언론들은 이 기사를 앞다투어 내 보냈다. 국내 대부분의 신문에서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뉴욕타임스가 해고의 카드를 커내들었다”는 식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예외가 있다면 김익현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인 하이퍼/텍스트에서 이번 사안을 수익성의 관점에서 해석한 뒤, GigaOm의 입을 빌어 개인 브랜드를 활용한 유료화 전략을 제시하는 정도가 눈에 띌 정도다.

특히 과감하게 추진했던 NYT Opinion의 실패도 한 몫했다. 결국 이번 감원 발표와 함께 올 6월에 시작했던 NYT Opinion도 서비스 중단 결정을 했다. NYT Opinion은 뉴욕 타임스의 칼럼 및 기고 등을 무제한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로 과거 2007년 첫 유료화 시도였던 TimeSelect와 상품은 같은 셈이다.

<NYT Opinion>의 PC 버전과 App from the Atlantic

그러나 상식과 기업의 생리라는 차원에서보면 이번 조치는 충분히 예상될 수 있는 것이지, 놀랄 일은 아니다.  동종업계의 일이라는 점에서 국내 언론계가 내부적으로 호들갑을 떨 수는 있으나, 기업이 낮은 성과를 내는 부서와 인원을 줄이는 건 지극히 흔한 일이다. 분기 성과가 감소한 삼성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newsroom job loss from Pew Research Center

뉴욕타임스도 지적하고 있듯이, 신문시장에서  해고는 이제 일상적이다.  USA 투데이도 9월에 편집국 인원의 10%에 해당하는 70명을 감축했었다. 연초에는 프리덤 커뮤니케이션(Freedom Communications)도 정리해고를 단행한 바도 있다.

그리고 이번 감원 조치 역시 2014년 3월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를 작성할 때 만들어졌을 미래 계획의 한 부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폴리티코(Politico)는 지난 9월 중순에 뉴욕타임스의 감원 가능성을 이미 보도한 바도 있다.

혁신보고서에는 분명히 디지털 퍼스트를 선언했다. 여기서 “디지털”이란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의 관점에서보면 디지털은 진입장벽이 사라진 시장을 의미한다. 진입장벽이 사라졌다는 것은 경쟁의 수위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를 아주 단순화시키면 경쟁자, 즉 공급자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강정수 박사가  국내 신문시장을 공급 초과 시장 이라고 한 것은 옳은 진단이다.

고전 경제학의 시각에서, 공급 초과는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공급초과 시장에서 이전의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숫자가 늘어나거나,

2) 공급 비용을 줄이는 방식 밖에는 대안이 없다.

YouTube 광고 단가가 하락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전체 매출액과 수익이 증가하는 것은 제공 콘텐츠의 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류의 게임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비용 절감 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뉴스의 고객수가 늘어날 수 있는 여지도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이 훨씬 손에 잡히는 전략이다. 따라서 <뉴욕 타임스 혁신 보고서>는 비용 절감을 하겠다는 선언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다.

이 맥락에서 보면 인원 감축 자체는 큰 뉴스가 되지 못한다. 이미  <혁신보고서>에서도 복선을 깔았었다. 조영신 박사는 “여덟개의 키워드로 읽는 <뉴욕타임스 > 혁신보고서“에서 이를 짚어냈다.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는 늘 우리가 작업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지, 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지에 대해 늘 고민해 왔다. 하지만 (정작) 디지털 시대의 암호를 해독하는 데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해 왔다.(7쪽)

이를

조영신 박사는 “해독은 기본적으로 시간을 요구한다. 모르는 것을 이해 가능한 것으로 전환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도전이 생명인 디지털 시대에 해독을 위해 들이는 시간 그 자체가 뒤처짐을 만든다.”고 해석했다. (39쪽)

디지털 암호를 해독하는데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기에 지금부터라도 디지털 해독을 하겠다고 뉴욕타임스는 주장했지만, 현실적으로 속도전이 진행되는 이 시장에서 해독하고 분석할 만한 시간이 없다는 걸 뉴욕타임스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해독력이 떨어지는 인력을 털어내고 해독할 필요가 없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를 채용할 수 밖에 없다. 다만 감원 등의 조치에는 명분이 필요한 것이기에 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시점에 맞추어 발표를 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감원 조치는 ‘신문기업이 위기가 심화되어서 인력을 줄였다’라고 읽을 것이 아니라, 뉴욕 타임스가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를 선택하는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이 바로 NYT Opinon의 종료 결정이다.  부실한 사업을 청산했다는 의미 이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 서비스는 2014년 6월에 선보인 서비스다. <뉴욕 타임스 혁신보고서> 발간 당시 이미 언급이 되었을 정도로 제법 시간을 두고 작업을 한 앱(App)이다. 뉴욕타임스의 자랑스러운 자산 중 하나가 바로 이 NYT Opinion이다. “우리는 저널리즘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업이다”라는 표현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된 것이기도 하다.

사실 뉴욕타임즈는 이미 가장 저명한  이용자 제작 콘텐츠 플랫폼 중 하나를 가지고 있다. 바로 기고/칼럼들이다  (혁신보고서 번역본, 72쪽)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한 편당 150 달러에 불과한 글값을 받으면서도 기꺼이 뉴욕타임스에 글을 기고하려고 했다. (73쪽)

 “사람들이 제게 자주 물어요, ‘ 제가 기고문을  하나 보내도 될까요?’ 하구요. 대부분의 기고문들은 게재되지 않지만, 만약 게재되기만 한다면 그 글을 읽는 독자들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74쪽)

혁신 보고서 곳곳에는  뉴욕타임스 스스로 <기고 및 칼럼>을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는지가 잘 드러난다.  ‘게재되기만 하면 그 글을 읽는 독자들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종이 신문의 지면 제작 때문에 게재되지도 못하는 글들이 넘쳐난다고 한다면, 이들을 디지털 영역에서 잘 포섭해서 무한으로 접근 가능하게 만들었을 때 일정정도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래서 뉴욕타임스는 2013년부터 모바일 시장을 공략할 핵심 사업으로 NYT Opinion을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간이다. 한 서비스를 평가하는 기간이 채 4개월이 되지 않았다. 작년부터 고민하다 출시한 사업을 단 4개월만에 중단 결정을 한 것이다.  상당히 공을 들여서 했던 시도였기에, 과거의 뉴욕타임스라고 한다면 4개월만에 포기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앱은 그 성격상 초기 개발 비용이 높을 뿐 상대적으로 운영비용은 낮다. 충분히 몇 달을 더 보면서 진행 과정을 살펴볼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4개월만에 NYT가 이를 접었다. <혁신보고서>의 용어대로라면 “잡초 제거”인 셈이다.

“새로이 시도한  열 개 중 두 개 정도는 확실히 성공했고, 두 개는 확실히 실패했어요. 그 말은 그 사이에 여섯 개가 있다는 거죠. 이것 가지고 뭘 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확실히 실패한 것들을 빼고는 모두 유지하죠. 시간이 지나보면 중간에 있던 애매한 것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대신에 그것들이 자원을 낭비하는 것이죠. 혼란스럽고 불투명합니다” (107쪽)

결국 이번 중단 결정은  뉴욕타임스가 <혁신보고서>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신호다.  즉,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잡초 제거>를 통해서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선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행동 강령으로 <혁신 보고서>를 다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이번 감원 조치는 뉴욕 타임스가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순리대로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위기에 처해있는 뉴욕 타임스가 아니라 그들이 정한 방향대로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뉴욕타임스다.

말 그대로 On track이다. 

Dr. Pepperoni About Dr. Pepperoni
페페로니. 이탈리아의 살라미(Salami)가 대서양을 건너 미국에 도착해서 변한 것. 양념한 육류를 발효시킨 것으로 일종의 소세지임. 미국에서는 피자의 간판. 슈프림이 지배하는 한국이지만, 미국에서는 치즈와 페페로니가 피자의 대표선수. 그 페페로니가 한국에 옴. 살라미가 대서양을 건너 페페로니가 되었고, 이제 태평양을 건너 어떻게 될지 지켜보시길... 탱자가 될 지 보석이 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