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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의 뉴스룸,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뉴스 마니아, 이른바 뉴스 정키(news junkie)다. 이상하게도 어릴 적부터 그랬다. 흑백TV 시절 ‘앵커맨’ 봉두완의 뉴스 진행을 신성한 마음으로 지켜봤고, 바바리 자락 흩날리며 굳이 에펠탑이 보이는 곳에서 리포트를 전하던 특파원들을 보며 저널리스트의 꿈을 키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나는 뉴스를 만들고 전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다. 늘 사람이 궁금하고, 사람이 만들 어내는 일들이 흥미롭고, 아직도 미지(未知)로 남아있는 세상이 궁금해서 가슴이 뛴다. ‘아랍의 봄’이 번질 때엔 몸이 근질근질했다. 서울의 사무실 노트북 앞에 앉아있다는 사실이 갑갑했다. 그 노련한 CNN의 재난보도 전문 기자 앤더슨 쿠퍼도 이집트에서 폭행을 당하고 돌아왔다는데도. 노심용융(爐心鎔融)이 일어나고 있다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도 가서 직접 확인해 봐야 할 것만 같았다.

그건 사실(fact)에 대한 직업적 집착일 지도 모른다. 언론은 사실을 보도해야 하며 균형과 공정성을 갖춰야 옳으니까. 그러나 어느 사이 사실보다는 주장이, 균형보다는 편파가 대세가 돼 버린 게 사실이다. 무슨 ‘평론가’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졌는지. 사사로운 주장이나 편향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평론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은 우리네 뉴스에 사라져가고 있는 사실과 균형, 공정, 그리고 품위를 들고 혼탁해진 뉴스 시장과 진검승부를 시작했다.

손석희 사장이 누구인가. 1992년 MBC 노조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푸른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묶여 구속되던 청년 손석희의 맑은 얼굴을 기억하시는 분 많을 것이다. 그는 그 올곧은 이미지를 한 번도 깨뜨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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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의 입은 청년 손석희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진행을 맡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그 스스로 얘기하듯 “라디오 저널리즘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석희 사장은 직접 취재 일선에서 뛰었던 사람이 아님에도 사실을 파악하고 인과 관계를 짚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건 철저한 공부와 훈련을 통해 무장된 것이라 생각한다. 뉴스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면 날을 세워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나눌 수가 없다. 단순히 방송을 물 흐르듯 기술적으로만 진행하는 사람과 사안을 이해하고 진행하는 사람의 격차는 듣는 이들이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손 사장의 인터뷰들은 수많은 특종을 낳았다. 신문 등 다른 언론은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 따르면…”으로 시작되는 기사들을 써댔고 이를 위해 인터뷰 전문을 홈페이지에 올려주는 서비스는 물론이고, 담당분야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쏴주던 때도 있었다.

ssh_fig_1 ‘JTBC 뉴스 9’을 준비하는 손석희 앵커

손 사장의 JTBC행은 의외였다. 방송의 공정성을 위해 말이 나올 만한 이와의 식사 자리도 왠만하면 갖지 않는다는 ‘대쪽같은’ 이미지의 그가 어째서 재벌 소유의 종합편성 채널로 가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아직도 손 사장이 명확한 이유를 말하고 있지는 않다. 메인 뉴스 앵커를 맡을 것이란 추측도 처음엔 부정됐으나 곧 사실이 됐다. <뉴스9> 메인 앵커를 맡은 지 1년, 그리고 이를 지상파 메인뉴스가 시작되는 8시 대로 옮겼고 100분으로 분량을 늘렸고 이름도 <뉴스룸>으로 바꿔달았다.

세월호 사태 때 팽목항으로 직접 내려가 단벌의 옷을 입고 비중있게 세월호 뉴스를 전하던 손 사장과 기자들. 세상은 아직 평온해지지 않았다고, 제도와 인식 모두 바뀌지 않으면 평온해질 수 없다고 외치던 <뉴스9>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뉴스룸>으로의 전환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누구도 모른다.

ssh_fig2 JTBC  뉴스룸 티저 영상

우선 뉴스를 100분 소비할 만한 시청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미 <뉴스9>을 시청자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손석희’란 브랜드를 믿고 보긴 하지만 뉴스가 어렵다고 얘기한다. 말하자면 한 사안에 대해 이러저러한 보도가 나와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알아야 ‘손석희 뉴스’를 잘 소화할 수 있다. JTBC 뉴스는 그런 소비자들을  전제로 다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심층보도하고 새로운 시각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층 보도가 중심이 되면 날 것의 정보 그대로를 주는 기능은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쩌면 “뉴스가 어렵다”는 시청자의 경우엔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있고 좀 더 대중적인 수준에서 ‘밥을 떠서 입에 넣어주는’ 식으로 정보를 주는 공중파 뉴스를 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더 궁금한 것은 중앙일보와 JTBC와의 ‘각자의 길’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느냔 점이다. 지난해 10월 <미디어오늘>은 “손석희 사장은 현재 JTBC에 잠재돼있던 ‘저널리즘’을 끄집어내고 있다. 그 결과 조중동 프레임은 신문에선 유효할지 몰라도 적어도 방송에서는 한 축이 떨어져나가 프레임을 상실했다. TV조선·채널A 뉴스는 조선일보·동아일보와 보조를 맞추지만, JTBC 뉴스는 중앙일보와 다르다.”라고 평가했다 .

그러나 중앙일보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기 부양책을 효과적이라고 평가하며 “밀고 나가라” “더 가라“고 명백히 외치고 있다. 가만히 있는 한국은행에는 “이럴 때가 아니라“고 하고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자 “잘 했다“고 박수를 친다. JTBC 뉴스는 조금 다르다. 명백한 사실, 그러니까 최경환 부총리의 부양책으로 자산시장이 들썩였던 것도 보도하지만 비판적 견해를 소개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특히 경제개혁연대를 이끄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경우 국내 다른 방송 출연은 모조리 고사하면서도 JTBC에는 직접 출연해 ‘초이노믹스’의 위험한 면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한다. 자신이 하는 말을 앞뒤 잘라먹지 않고 잘 할 수 있게 해줄 진행자, 뉴스 책임자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출연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신문과 방송의 최종 책임자는 한 사람, 홍석현 회장이다. 홍석현 회장과 삼성과의 ‘지분 관계’는 정리가 되었고 지금은 심리적 관계 정도가 유지되고 있다고 하지만 중앙일보는 분명 보수를 겨냥하고 있다. 그런데 JTBC만 계속 달리 갈 수 있을까.  아직도 손 사장은 전략적 카드였을 뿐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오는 건 예사롭게 볼 일은 아니다.

손 사장을 대체할 제2, 제3의 인물이 나올 수 있는 지도 관건이다.

30년에 이르는 방송 경력, 말끔한 외모,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 이는 손 사장에게 강력한 스타성을 부여하고 있다. 손 사장은 “나 혼자 뉴스를 만들고 대표하는 것이 아니며 나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라고 말하지만 실상 손 사장에 대한 믿음으로 사람들은 <뉴스룸>을 많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손 사장의 캐릭터는 라디오를 할 때에 비해 많이 순화됐다. 날 선 공방이 오갔던 라디오 인터뷰를 떠올려 보면 지금의 인터뷰들은 심심할 정도다.  인터뷰 때 서로 짜맞춰 놓은 각본대로 가는 이른바 ‘약속대련’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앵커에 비해 연차가 많이 낮은 기자가 대상이 될 경우 어쩔 수 없이 ‘약속대련’으로 가는 듯 보이기도 한다.

대신 약간의 보여주기, 연기(?)는 는 것 같다. 약 10초간 침묵하기, 인터뷰 도중 안경 벗어들기 등은 라디오에서라면 시도하기 어려운 장치다. 본능적인 방송감각이 아로새겨져 있는 손 사장은 굳이 미국 드라마 <뉴스룸>과 주인공 윌 맥어보이를 안 봐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비판조로 얘기해 보려고 했지만 사실 손 사장을 매우 응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의 이런 액션도 그것이 뉴스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 지를 상징해준다고 본다.  진심으로 사실을 공정하고 균형있게 얘기할 때, 품격도 갖추어 얘기할 때 시청자는 안다. 귀신같이.

mushroom About mushroom
균류(菌類)인 버섯은 생물계에서 분해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인간에게 유용한 먹을거리. 식용보다 비(非)식용의 외모가 멋진, 약간은 요사스러운 존재다. 스머프나 후토스(Hutos) 등에선 집의 재료, 슈퍼마리오 게임에선 먹으면 활력이 나는 아이템. 미디어와 저널리즘에 있어서도 유용하지만 긴장감도 유발하는 요사스러움을 갖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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