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2일 JTBC 뉴스가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지난해 JTBC가 손석희씨를 뉴스 부문 사장으로 영입하고 앵커로 내세워 ‘뉴스 9’ 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뉴스를 선보인 이후 일년 만에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 것.

지난해 ‘손석희’라는 브랜드를 내세운 것도 놀라운 변화였지만 올해의 변신도 못지 않게 야심 찬 기획이다. 우선 뉴스 시작 시간을 8시로 변경, MBC, SBS 등 지상파 뉴스와 정면 승부를 선언했다. 게다가 뉴스를 1, 2부로 나누어 매일 100분씩 진행한다. 지상파 뉴스가 메인 뉴스 이후에 스포츠 뉴스 등으로 가벼운 내용을 제공하는 것과는 상반되게 JTBC 뉴스룸은 1부 뉴스 이후에는 심층분석과 대담 등 더 깊은 (그래서 더욱 어렵고 골치 아플 수도 있는) 뉴스로 채웠다.

JTBC의 이런 과감한 변화에 많은 미디어들이 주목하고 있다. 일주일 남짓 지난 시도에 대해 ‘시청률이 올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고 ‘다소 무겁고 지겹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아직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순순한 시청자의 입장에서 나는 손석희의 뉴스룸을 응원한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집중 보도라는 어려운 차별화 방법을 선택한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갈수록 뉴스는 가벼워진다. 일반 대중들이 알기 쉽게 다루는 것이 좋은 뉴스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시각이 한없이 가벼워질 필요는 없다. 최근 들어 미디어에서 사안을 다루는 방식이 지나치게 단선적이고 표피적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정공법을 선택한 ‘뉴스룸’이 반갑기만 하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 9이 세월호 사건 이후 꽤 긴 시간동안 매일 첫뉴스를 팽목항에서 진행했다. 다른 어느 매체 보다도 세월호 관련 소식을 종합적으로, 지속적으로 다뤘다. 뿐만 아니라 4대강이나 군 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집중 공략했다.

예전에는 방송의 메인 뉴스의 기능이 그날 하루 동안 일어난 소식들을 현장감 있게 전달해주는 것이었던 반면, 인터넷 시대, 대부분 시청자들은 이미 하루 동안 일어난 ‘뉴스’를 미리 알고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가치를 줄 수 있는 뉴스를 고민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상파 방송 뉴스의 경우도 심층 보도 형식으로 다루는 이슈들이 있지만 JTBC의 경우는 대부분의 뉴스를 집중해서 보도하는 틀을 세우고 있다. 이번 뉴스룸은 집중 보도의 ‘끝판왕’ 인 셈이다. 1부 뉴스에서도 여러 꼭지로 다양한 측면을 다루고 2부에서는 관련 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파헤치는 등의 파격을 선보였다.

뉴스룸에 대해 ‘지루하다’라는 평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뉴스를 1, 2부로 나눠 심층 보도를 하다 보니 중복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뉴스를 다루는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극복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jtbc newsroom

손석희 앵커가 등장하면서 JTBC 뉴스에는 ‘사람’이 전면에 부각됐다. 오랫동안 라디오 시사 대담 프로그램 진행자로 잘 훈련된 손석희 앵커의 강점을 최대한 살린 기획이었다. 그의 맥을 짚어 내는 질문이 위력을 발휘하며 시청자들을 집중시켰다. 또한 이슈와 관련된 인물을 직접 스튜디오로 불러 낸 것도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뉴스룸의 시도에 기대를 갖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지속적인 변화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최근 뉴스룸 개편 기자간담회에서 손석희 앵커는 ‘일년이 지나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가 되었다’고 개편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가 뉴스9을 진행한 이후 1%를 넘지 못했던 JTBC 메인뉴스의 시청률은 평균 2%대를 넘겼고 5.4%를 기록해 MBC 뉴스데스크를 누른 적도 많았다고 한다. ‘성공’이라 평가할 수 있는 뉴스9의 틀을 계속 유지하지 않고 뭔가 다른 것을 모색하는 힘은 지상파 뉴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활기이다.

그동안 뉴스9을 통해서도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집중보도와 대담을 내세운 뉴스의 구성 뿐아니라 포탈을 통해 뉴스9을 인터넷 실시간 방송을 내보낸다든지, 팟캐스트 등 젊은 층과 익숙한 미디어로 다시 확산시키는 노력도 지속해왔다.

덧붙여 손석희 앵커가 지향하는 뉴스의 가치도 대단히 신선하다. 그는 뉴스룸의 성공 전략을 세가지로 정리했다. ‘사실(Fact)’, ‘균형 (공정)’, 그리고 ‘품위’를 덧붙였다. 사실에 기반한 공정한 뉴스는 어느 미디어나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가치이지만, ‘품위있는’ 뉴스는 그야말로 품위있는 가치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나는 JTBC의 뉴스룸을 응원한다기 보다 ‘손석희’ 앵커를 응원하는게 맞다. 그가 오랫동안 방송인으로 보여준 모습이 믿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저절로 샘솟는다.

최근 시사인이 실시한 ‘언론인 신뢰도’ 조사에서 손석희 앵커는 1위를 차지했다. 일반 대중들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언론인에 올랐다. 이제까지의 우리나라 언론은 대체로 매체의 영향력으로 움직였다. 그 매체를 만드는 사람들은 매체의 영향력을 쌓는 역할을 하는 퍼즐 조각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무게 중심이 서서히 ‘개인’으로 움직여도 좋을, 어쩌면 움직여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지나가는 사람 열명이 말해도 귀 기울이지 않을 이야기도 한 명의 친구가 이야기 하면 관심을 갖는 게 이치이다. 궁극의 콘텐츠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arugula About arugula
달콤함을 더욱 간절하게 원하기 때문일까요? 특이하게도 쓴 맛을 좋아합니다. '루꼴라'로 알려진 Arugula는 쌉싸르한 풍미와 함께 건강한 느낌을 전해주는 풀이어서 제가 아주 좋아하죠. Arugula 처럼 신선한 얘기를 전하고 싶습니다.